한국일보

흑인피격 항의시위 미전역 봇물…시애틀ㆍ뉴욕ㆍLA 등으로 확산

2020-08-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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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무장 20대 세아들 앞 피격에 이틀째 격렬시위

흑인피격 항의시위 미전역 봇물…시애틀ㆍ뉴욕ㆍLA 등으로 확산

24일 밤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열린 백인 경찰의 무차별 흑인총격 규탄시위에서 한 흑인이 백인 경찰을 향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 로이터

20대 흑인 남성이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이 수차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후 이틀째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지면서 미 전역이 또다시 경찰과잉 항의시위로 얼룩지고 있다.

24일 밤 사건이 발생했던 위스콘신주 커노샤에는 수백명이 전날에 이어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이날 오후 8시부로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서 경찰에 항의했다.


시위대는 커노샤 카운티 법원 인근으로 모여 폭죽을 터뜨리고, 이들을 해산하려는 경찰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로 경찰을 비난하는 노래를 틀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동원해 대응했다. 하늘에선 헬기들이 날아다녔다고 CNN은 전했다.

시위 과정에서 덤프트럭 한 대와 가구 상점 등 적어도 건물 3채가 불에 탔고 가로등 몇 개가 쓰러졌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주요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의 보호를 내세우며 이 지역에 주방위군 125명을 투입했다.

커노샤에선 전날에도 화염병과 벽돌 등이 동원된 격렬한 시위가 전개됐다.

당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경찰이 등 바로 뒤에서 7차례 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영상이 온라인으로 확산한 지 수 시간 만에 거리에 시위대가 몰렸다.

이후 총격 당시 블레이크가 쓰러진 차량 안에는 그의 3세와 5세, 8세 등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경찰은 더욱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블레이크의 변호인은 당시 그가 다른 주민들 간 싸움을 말리려는 중 경찰 총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항의 시위는 시애틀을 포함해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애틀에서도 이날 밤 다운타운 일대에서 경찰서에 대한 방화 시도가 발생하는 등 폭력시위가 발생했다.

지난 5월말부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과격한 시위가 이날도 이어졌다.

뉴욕시에서는 이날 오후 타임스스퀘어에서 수백명이 운집해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며 도시 곳곳으로 가두행진을 벌였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200여명의 시위대가 심야에 시청과 경찰청을 향해 행진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50여명의 시위대가 경찰청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한 남성이 경찰관을 폭행해 체포됐다.

피격 후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블레이크는 현재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라고 가족이 전했다.

블레이크의 부친은 시카고 선타임스에 아들이 8발의 탄환에 맞아 허리 아래가 마비됐다고 밝혔다. 영구적인 마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블레이크의 조부는 시카고 일대에서 유명한 목사이자 인권운동가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영상에 등장하는 경찰 2명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블레이크의 피격 사건은 지난 5월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46)의 사망 이후 전국적으로 이어져온 인종차별 및 경찰폭력 항의 시위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블레이크의 삼촌은 CNN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는 정의를 원하고 결국 얻을 것”이라면서도 “지역 전체를 허물어놓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전 커노샤 시위대를 조롱하는 투의 트윗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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