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들로 북새통…주 국립공원 직원들 ‘죽을 맛’

2020-08-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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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어중이떠중이 몰려들어

▶ 주차장 넘치고 배설물 천지, 단속에 폭행까지

사람들로 북새통…주 국립공원 직원들 ‘죽을 맛’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집콕’이 새로운 일상(뉴노멀)이 되자 기분전환과 운동을 위해 주 7일 심산유곡과 호수 등 자연을 찾는 워싱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이니어 마운틴 / 시애틀 한국일보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집콕’이 새로운 일상(뉴노멀)이 되자 기분전환과 운동을 위해 주 7일 심산유곡과 호수 등 자연을 찾는 워싱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국립공원, 주립공원, 국유림 등의 레인저(순찰대원)들은 “요즘 월요일은 예전 금요일 같고 주말은 예전 롱 위크엔드(연휴 주말) 같다”며 “등산로 주차장마다 만원을 이뤄 차량이 도로변에 1.5마일이상 늘어서기 일쑤”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워싱턴주 최고 등산명소로 꼽히며 퍼밋을 발급 받아야만 오를 수 있는 레번워스(독일촌) 인근의 인챈트먼츠도 무단 등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가 하면 그 부근의 콜첵 레이크에도 토요일 하루에 999명이 몰렸다고 레인저들은 덧붙였다.


규정을 어기는 새내기 등산객들도 많아 레인저들이 등산로에 방치된 배설물과 휴지 등을 200여개나 땅에 묻어야 했다며 급기야 콜첵 레이크 정상에 간이 화장실을 4개 설치했다고 인첸트먼츠 퍼밋 발급 담당자 칼리 리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하소연했다.

전자기기로 음악을 크게 틀며 오르는 사람, 개들을 떼로 몰고 가는 사람, 일어서서 노를 젓는 패들보드나 타이어 튜브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 심지어 맥주 등 주류를 넣은 쿨러를 끌고 가는 사람까지 목격된다.

레이니어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트레이시 수와타웃 부소장은 “개는 국립공원 생태계에 질병을 옮길 가능성이 있고 야생동물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금지되고 있다”며 “올 여름 초 마모트 한 마리가 등반객의 개에 물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넘클로 외곽 놀티 주립공원 자원봉사자인 카니 스팽글러 여인은 낮시간에만 열리는 117 에이커의 이 공원에서 화장실 청소, 화장지와 세정제 보충하기, 개 배설물 및 쓰레기 치우기, 방문객 관리하기 등으로 밤 9시30분까지 일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자원봉사자는 적고 몰상식한 방문객들이 많은 날에는 공원이 음식 찌꺼기, 음료수병, 휴지, 담배꽁초, 기저귀 등으로 그야말로 ‘돼지우리’가 된다”며 쓰레기를 스스로 챙기지 않는 방문자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자신뿐인 때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웬만한 유명 등산로에 사람들이 몰리자 베테랑 산악인들 가운데 더 멀고 외진 심산유곡을 찾아가지만 이미 예전처럼 한적한 등산로는 보기 드물다고 레이니어 국립공원의 자원봉사자 로이드 브로드니액은 말한다.

그녀는 예년엔 하루 평균 6~10명 정도 찾아왔던 카타랙트 밸리 지역에 최근엔 하루에 26명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1박2일 이상 캠핑 코스지만 이날 방문객들은 대부분 당일치기 등산객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레인저나 자원봉사자들을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이들의 단속활동에 저항하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면전에서 기침을 하거나, 심지어 폭행하려는 방문자들이 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한 해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 했던 이런 사태가 요즘엔 매 주말 몇 차례씩 겪어 지원요원들을 요청하기 일쑤라고 한 대원은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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