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센서스 통계를 분석해 2018년 발표한 한국의 종교인구변화 연구보고에 따르면, 불교인은 2005년 1,072만6천여명에서 2015년 761만9천여명으로 300만명 이상 감소됐다. 같은 기간 기독교인은 861만6천여명에서 967만5천여명으로 증가했다. 1,2위 자리가 처음 뒤바뀐 것이다. 기독교인에 천주교인을 합치면 불교인의 약 2배나 된다. 출가자도 해마다 줄어든다. 대한불교조계종 집계에 따르면, 1991년 500명을 넘었던 출가자가 2008년에 200명대로, 2016년에는 100명대로 줄었다. 대형사찰 부속기관 성격을 띤 14개 승가대학들은 만성적 학생가뭄에 시달린다.
센서스 통계상 약 10만명, 흔히 하는 말로는 약 20만명으로 일컬어지는 북가주 한인사회의 경우, 교회와 성당은 300곳을 웃도는 반면 사찰은 10곳이 안된다. 정기법회 등 열린 도량 구실을 하는 곳은 그나마 5곳 정도다. 10여 년 전만 해도 1년에 서너 번 수십여 수백여 불자들이 모이는 행사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절에서 하는 행사도 줄고 절을 찾는 불자들도 줄었다. 나이 들고 병약한 불자들은 ‘혹시나 걸릴까봐’삼가고 나이 젊고 건강한 불자들은 (무증상 잠복기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주나 된다니)‘행여나 옮길까봐’삼간다.
그러면면 끝장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포교) 실천하는(신행) 양상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스님과 신도가 사찰에서 직접 만나 이뤄지는 전통적 포교/신행 패턴을 대신해 인터넷과 휴대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과 포교원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대불련도 동참했다. 미디어 포교/신행 시대에 발맞춘 진화다. 달리 말해, 절로 가는 시대는 가고 절이 오는 시대가 오는 흐름이다. 세상만사 대개 그렇듯이 부작용도 물론 있다.
◇교육원: ‘대한불교조계종 유튜브 교육원’이라 해도 좋을 이 채널(https://youtu.be/Kg8QbjXrgYs) 이름은 ‘출가’다. 최근 개설 직후 잇따라 올린 프로그램은 짧은 건 1,2분 긴 것이라야 4,5분짜리다. 콘텐츠는 휘리릭 스쳐볼 것들이 아니다. 참불자의 표본으로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는 조계종 초대종정 효봉 스님, 따르는 불자들의 모임 이름처럼 10년 전 입적 뒤에도 여전히‘맑고 향기롭게’사람의 길 불자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법정 스님 등 한시대를 풍미한 선지식들 이야기가 ‘굵고 짧게’ 펼쳐진다. 혜민 스님과 원제 스님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님들이 출연해 왜 출가했나, 출가하니 무엇이 좋은가, 출가란 무엇인가 등 일반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사뭇 신비로움을 주는 비구니 스님들의 일상에 대한 진솔토크도 눈과 귀를 사로잡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교육원은 유튜브 채널이 보다 활기를 띠도록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출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공유하는 한편 ‘출가 동영상 공모전 수상작’, 교육원 출가상담사 스님들의 안내 영상 등을 내보낼 예정이다.
◇포교원: 막연하게 불교를 고리타분하게 보는 이들에게 “아니 불교에도 이런 면이?”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할 포교원의 유튜브 채널이 열렸다. 이름부터 튄다.‘GO!사리’(www.youtube.com/channel/UCtjEW_-TCj3piIdTH8EFxQg/featured) 열악한 환경에도 잘 자라는 고사리처럼, 그리고 몸에 사리가 생길 정도로, 포교와 신행에 정성을 다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담겼다고 한다. 사찰순례기 작가, 불교카툰 작가, 찬불노래패 회원 등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이 출연해 엄숙한 교훈보다 재미있는 공감을 유도하자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1일 업로드된 ‘GO!사리’동영상 제목만 봐도 일반적 불교동영상과는 다르다. “불교에도 혼전순결이 있나요?” 불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자는 취지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비불자 친구들로부터 자주 받은 질문 중 하나를 고른 것이라고 한다. 그 이틀 전 9일에 올린 동영상 제목은 “절 다니면 막걸리 잘 마셔?”였다.‘GO!사리’동영상은 한국기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대불련: 전국 대학생불자들의 동아리인 대불련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영 부디스트 캠프(young buddhist camp)’를 개설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된 대신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법회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윤정은 대불련 중앙회장, 이정빈 대불련 서울지부장, 대불련 숙명여대지회 지도법사 세광 스님 등 3명은 최근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미디어실에서 영부디스트캠프의 마지막 부분인 ‘스님과의 즉문즉설’을 진행했다. 대불련은 이밖에도 온오프라인 쌍방향 법회, 온라인 명상, 온라인 연꽃강좌 등을 진행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미주불교 현황과 일부 부작용: 미주한인 불교계도 유튜브를 활용한 포교/신행 흐름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북가주 대승사에 머물다 동부로 간 하버드대 출신 세등 스님은 올해 코로나 때문에 직접대면 포교활동에 지장을 받자 실험적으로 유튜브 포교영상을 만들었다. 대승사는 창건주 정윤 스님 추모법회와 현 주지 설두 스님의 취임식 장면을 유튜브에 공개한 바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유튜브 등을 통한 비대면 포교/신행활동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자격이 의심스러운 이들이 스님 법사 원장 처사 등 그럴싸한 타이틀을 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법문을 하거나 교리강좌를 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갖가지 선의로 포장해 사적인 잇속을 챙기거나 챙기려는 이들도 있고, 실질적이고 정성넘치는 포교활동이나 수행정진보다 컴퓨터나 카메라 앞에 더 오래 머물며 자신이 하는 일을 과장하고 종단의 지원이나 일반불자들의 보시를 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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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