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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자유! 자유라고!

2020-08-20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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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최고의 걸작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인간입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존재가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이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좋았던 이유가 뭘까요? 바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에게 남긴 최고의 선물은 자유의지입니다. 자유의지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는 가장 본질적인 조건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자유로 천국을 선택할 수도 있고, 지옥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들 앞에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두고 선택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습니다. ‘어떤 어리석은 인간이 생명을 두고 사망을 선택하고, 복을 두고 저주를 선택할까?’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인간들은 거의 언제나 생명보다는 사망을 선택했습니다. 축복보다는 저주를 선택했습니다. 아담이 생명의 나무를 두고 선악과를 선택하여 에덴동산을 잃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해서, 이스라엘이 망하여 바벨론 유수의 수치를 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던 하나님의 의도는 절대로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신 이유는 그 자유로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 사랑은 자유가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자유가 없는 사랑은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장 아름답고 거룩할 때는 바로 자신의 자유의지로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기 생명까지 희생할 때입니다. 슈바이처나 테레사 수녀 같은 거창한 발자취를 남기지는 않더라도 이웃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큰 울림을 주며 뉴스의 한 장면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자유가 가지는 가장 큰 힘과 아름다움은 이웃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독한 전염성을 가진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로 기록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가 단지 인간의 육신의 목숨만을 위협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 미국 땅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병들어 죽게 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무서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550만이 넘고 사망자가 무려 17만 명이 넘어섰습니다. 마스크 하나만 제대로 쓴다면 많은 목숨을 건질 수가 있다고 대부분의 전염병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애원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고 30대 청년이 70대의 휠체어를 탄 장애 노인을 때려서 기절을 시키고 안면 골절의 부상을 입히는 일들이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우스다코타에서는 이 와중에 25만 명이 넘는 오토바이족들이 전국에서 모이는 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술집마다 몰려든 오토바이족들로 넘쳐났습니다. 물론 마스크는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뉴스에 나온 그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은 자신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절대로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로라 암스트롱(사우스다코타 래피드 시의회 의장)은 “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지 않을 겁니다. 술을 엄청 많이 마시는 큰 파티도 열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자유는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닙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그의 칼럼에서 현재 코로나 사태의 비상상황에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것은 미국의 유치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자유의 이름으로 진정한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여행의 자유를 잃어버렸습니다. 예배드릴 수 있는 자유를 잃어버렸습니다. 인간에게 자유는 너무 무서운 양날의 검 같은 흉기일지도 모릅니다.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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