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못 생긴 개‘불래키’

2020-08-1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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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주 마와 목장에 아주 못 생긴 개가 있었다. 검은 개인데 얼굴이 너무 크고 귀 한 쪽이 없어 정말 볼 품이 없어 목장의 천덕꾸러기였다. 그런데 한 가지는 잘 한다.

무슨 새든지 땅에 앉아 있으면 쫓는 것이다. 목장 주인이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티터볼로 비행장에 기러기떼가 많아 비행기 이착륙에 문제가 된다던데 불래키를 거기에 보내면 환영을 받겠군?”

못 생긴 개 불래키가 비행장에 보내졌다. 그것은 비행장측에도 경사요 불래키에도 경사였다. 기러기 떼를 보고 불래키는 신이 나서 달려간다. 기러기들이 다른 장소로 옮기면 다시 그리로 달려가 쫓는다. 비행장 측은 너무나 좋아 불래키를 최고로 대접하였다. 먹을 것이 좋아지고 잠자리도 좋아졌다. 불래키는 신이 나서 기러기를 쫓으면서 즐겁게 살 수 있었다.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다. 좋은 점을 살리고 장점을 즐기는 것이 행복한 삶의 요령이다. 불만을 품고 불평을 늘어놓자면 한이 없다. 그것은 부정적인 인생관이고 불행의 씨이다. 장점을 살리고 좋은 점을 드러내는 것이 긍정적이요 행복의 요령이다.

제1세기 로마에 밸런타인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수도사가 되었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날 그는 성경을 읽다가 이런 말이 마음에 닿았다.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 지니라”(전도서 9:10)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편지 쓰기를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밸런타인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큰 위로를 받았고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자기에게도 편지를 달라고 요청하게 되었다. 그의 생일인 2월 14일을 ‘성 밸런타인의 날’(St. Valentine’s Day)로 정하여 이 날 사랑을 고백하면 꼭 이루어진다고 하여 사랑의 편지 쓰는 날이 되었다.

고독한 사람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외롭고 쓸쓸해 보여 불행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뜻밖에도 고독한 사람들 중에 위대한 인물들이 많다. 조지 워싱턴도 무척 고독하게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위대한 인물이었다. 세계적인 극 작가 아서 밀러(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는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고독한 노동자를 다루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도 무척 고독한 인간이었다. 밤중에 혼자서 뒷동산을 산책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고독한 괴짜 승려”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의 외로운 산책 중에 그는 엄청난 종교 개혁의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생일이 2월인 사람들에게 고독하였으나 위대한 인물들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워싱턴,링컨, 극작가 디킨즈, 발명가 에디슨, 시인 라커펠러, 음악가 쇼팽과 멘델스존, 과학자 다윈 등이 모두 2월 생이다.

그리스 격언에 “신은 고독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도록 인간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고독 속에는 배움과 성장의 모체가 있다. 고독한 사람은 단순히 외로운 것이 아니라 깊은 생각이 잠겨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센이 “가장 강한 자는 고독한 자이다.”고 말한 것은 결코 억지가 아니다. 고독 속에 힘이 숨어있는 것이다. 외톨이와 고독은 다르다. 외톨이는 자기를 남들과 격리하는 상태이고 고독은 혼자라는 상태는 같지만 명상 등 깊은 사색이 동반한 것이다. 종교에서 마음이 부서졌을 때가 가장 신과 가까운 상태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독은 주정꾼을 만들 수도 있고 예술가를 만들 수도 있다. 고독은 자살의 동기도 되지만 사랑의 동기도 된다.

명 시조 한 수 감상. “늦장마 잔 칼질에 뼈만 남은 비탈길을/ 한 송이 들국화 제 철이라 꾸몄구나/ 나그네 지친 장대를 여기 꽂고 쉴까나.” 세찬 장마비에 씻겨내려 앙상한 비탈에 신통하게도 비바람을 견디고 작은 야생화인 들국화 한 송이가 굳굳이 서서 나그네를 위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등장할 절기를 기어이 지키고야 마는 보잘 것 없는 들꽃의 숭고함에 감탄하고 힘을 받은 어느 지친 시인의 감동이 잘 나타난 시이다. (장대는 지팡이의 옛말)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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