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정부의 불투명한 국가에 대한 정통성

2020-08-07 (금) 김광석 / KCS 전 회장·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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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취임초기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국가 수반으로 한인들을 초청한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낮은 정부를 보여주기 위함인지 코미디언에게 사회를 맡겼고, 그 사회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이 난다.”라는 격에 어긋나는 멘트가 어색했고, 신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많이 초청된 까닭인지, 문재인을 연호하며 마치 선거유세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국가 수반이 동포들을 초청하는 행사에 애국가 제창도 없이 국민의례가 생략된 것에 대하여 석연찮게 생각되었다. 신임대통령의 인삿말에서, 촛불혁명을 통하여 새정권이 이루어졌고, 이 혁명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유세적인 발언을 듣고, 과연 촛불의 실체를 알고 있는 한인들은 얼마나 될까?, 그동안 한인들의 노력으로 국격이 높아진다는 격려도 할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투쟁을 통하여 정권을 창출한 그룹들이 자아도취에 잠시 빠질 수 있겠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하는 바램을 위로삼아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현정권의 지금까지의 행보는 정상으로 회귀하기는 커녕 매우 독단적이고 기만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그들에게서 국가를 운영하는데 기준이 되는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뚜렷한 정체성을 제시하기 보다는 감정적, 또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해방후 대한민국의 단독정부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인한다. 특히 해방후 시대에 부정적인 면들을 스크랩하고 스토리를 구성하여, 전체를 모르는 젊은이들이나, 소외된 계층에 접근하여, 기득권자들을 적폐로 몰아세웠다.

국가의 정통성이 1공화국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임시정부에 있다고 하는데, 그 정통성의 실체를 아직까지 밝히고 있지 못한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는 하는데, 그 새로운 나라의 정신과 형태는 어떠한 것인지 왜 못보여 주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국민, 주권 그리고 영토를 갖추어야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임시정부는 상징적인 의미로 인정할 수는 있지만, 국가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남한에 대한민국정부가 들어서면서,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여 국가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사실 북한의 김일성이는 공산정권을 우리보다 먼저 세웠다. 좋던 싫던, 제1공화국은 대한민국의 정통을 이어가는 정부로 받아들여야한다. 명나라에 칭신하며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던 이씨조선이 원망스럽지만, 조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내 부모가 마음에 안든다고 부모임을 부인할 수 없는바, 전대에 잘못된 일은 그대로 받아들여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당대에 노력하고, 후대들이 더 발전시키는 기반을 만드는 일에 촛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현정부의 북한에 대한 정책 또한 많은 의혹들을 자아내게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180억원을 들여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만들었는데, 북이 일방적으로 폭파시켰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오히려 그들의 입맛에 호응하기위해 탈북자들의 대북선전물을 금지시키는 법안에 급히 만들고, 북에 다시 대화를 하자고 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최근에는 남의 지자체와 북의 지자체를 상호 결연하여 상호 교류를 해야한다고 하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첫 출근하고 인도적 지원을 운운하던 7월27일, 북에서는 정전기념일을 기념하며 김정은이 군의 지휘관들을 불러놓고 북한제 백두산 권총을 한자루씩 나눠줬다.

혁명의 무기를 억세게 틀어쥐고 주체혁명 위업을 끝가지 계승, 완성해 나갈 새 세대 군 지휘관들에 대한 당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의 표시라고…, 그 권총의 총구는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국가의 정통성도 밝히지 못하는 현정권에 일희일비하며 바라만 보고 있는 것도 딱한 일이다.

<김광석 / KCS 전 회장·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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