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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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건전한 일상 꾸리기

2020-08-06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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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음력 유월보름 유두(流頭)였고, 내일은 입추절(立秋節)이니, 전통적 한국식 문화 개념으로 보면, 이제 가을의 문턱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두는 흐르는 물에 머리 감고 목욕하며 몸과 마음의 번뇌와 사악함을 씻는 이른바, 관정(灌頂)과 세례(洗禮)의 의미도 있고, 폭포 등지에서 ‘물맞이’를 하며 물놀이로 피서를 하는 옛날식 바캉스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 날에 더러는 냉면이나 국수, 점병이나 채소부침, 차나 술을 마시면서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참외나 수박, 자두나 복숭아 등의 새 과일과 떡으로 천신을 하기도 했지요. 말복인 광복절을 지나 처서절(處暑節)을 지내면 곧 음력 칠월 칠석(七夕)이고,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통해 은하수를 건너 일 년 만에 만나는 해후를 하며, 다음날 헤어지기 섭섭하여 흘리는 눈물처럼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면 무더위는 천천히 물러갈 줄 압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각각 옛날의 세시풍속을 참고하여, 나름대로 몸과 마음을 맑히고 추슬러 건강과 문화생활을 북돋우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이곳 고성의 저녁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벌레들의 노래 소리가 산골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고요한 달빛과 별들의 속삭임 속에 아늑한 평화가 은은히 번지고, 영원의 향수가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시절에 부응하여, 중국 당나라 때에 백 스무 살을 사셨던 조주(趙州 778-897) 선사의 일화를 소개하며 시원함을 나누고자 합니다. 선사가 법상에서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고 읊으시되, “큰 스승 제자공부 시험할 적에(宗師驗人端的處), 입 열자 말씀 뜻을 알아차려야(等閒開口便知音), 보고도 푸른 눈이 없다고 하면(覿面若無靑白眼), 옛적의 깨침 바람 맞을 수 없네(宗風爭得到如今)” 하셨다. 어느 날 수행자 둘이 찾아와서 “불법의 큰 뜻은 어떻습니까?” 여쭘에, 선사가 되묻기를 “일찍이 여기 와 봤나?”하시니, 그가 “와 봤습니다.” 대답하자, 선사께서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喫茶去)”하였다. 또 한 수행자가 묻자, 다시 “전에 여기 와 봤나?” 하시므로, 그가 “처음입니다.”하니, 선사께서 또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하셨다. 이에 곁에 있던 원주가 여쭙기를, “어찌하여 전에 와봤던 이에게도 ‘차나 한 잔 마시게’하시고, 처음 온 이에게도 ‘차나 한 잔 마시게’ 하십니까?”하니, 선사께서 “원주야”하고 부르시매 원주가 대답하거늘, “자네도 차나 한 잔 마시게.” 하셨다. 독자 여러분들은 조주 선사의 뜻을 아시겠습니까? ... 차나 한잔 드시지요! 아울러 또 한 이야기. 어느 날 초심자가 처음 왔다며 선사께 자신이 할 일을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선사가 “밥은 먹었나?” 물었고, 그가 먹었노라고 대답하자, “그러면 바리때를 씻게(洗鉢盂去).” 하셨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식사 하셨거든 설거지를 하시지요... 우리가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상의 일들을 ‘다반사(茶飯事)’라 합니다. 각자 필요한 일을 하다가, 차 마시고, 밥 먹으며, 곤하면 쉬겠지요...

조주스님의 스승(南泉스님)과 그분의 스승(馬祖스님) 이셨던 분들은 수행자들에게 늘 “도(道)를 곧바로 알려 하느냐? 평상의 마음(平常心)이 도니라. 무엇을 평상심이라 하느냐, 조작(造作)과 시비(是非)와 취사(取捨)와 단상(斷常)과 범성(凡聖)이 없는 것이네.”라고 법문하셨다고 전해집니다. 꾸밈과 번뇌 망상 및 알음알이의 분별이 없는 본래의 순수한 일상의 마음을 지켜나감이 도를 바로 알고 수행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가르침입니다. 근래 코비드-19 팬데믹 영향으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 평상심을 지키며 건전한 일상생활을 알차게 꾸려 나가야 하겠습니다. 번뇌의 더위를 식히고 탐욕의 목마름을 멈추게 하며, 몸과 마음을 아울러 시원케 할 법공양 선차 한잔 드시고, 자유와 평화의 길을 가시는 보람 누리시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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