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르게 산다는 것

2020-07-31 (금)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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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날이 갈수록 모든 면에서 어려워지고 힘이 든다. 거기에 무서운 질병까지 덮치니 모든 사고와 행동에 생각이 깊어진다. 그렇다고 핑계만 대고 있을 수도 없다. 어떤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 요사이는 산다는 것이 더 힘들어 지는 지도 모른다. 거기에 바르게 산다는 것은...

누가 무어라 해도 나는 목사이다. 목사다워야 하는 것이 삶의 기본 틀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속옷을 가지고자 하면 겉옷까지 주어야 하는 것이 기본으로 다듬어져 있는 내 철학이 몹시 힘들다. 대충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충고도 받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지킬 것은 지키는 관습을 벗을 수가 없다. 흐르는 물에 쓸려가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나까지 도매금으로 팔려가는 것을 용납이 되지 않아 갈등이 크다. 비록 손해가 되더라도 말이다.

지난 나의 목회를 돌아보면 바보스럽게 살아온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영적으로 맷집이 커졌고 면역성이 생겼다. 어지간하면 상처를 덜 받게 된지도 모른다. 보자, 세상은 온통 자기의 유익을 위해 달리는 데는 브레이크가 없다. 사고가 나면 대형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 하나도 이에 대해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은 관계에서 살아가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사회의 구성이 그래야 살맛이 나는 세상이 되고 인간 냄새가 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깊이 통찰하는 사람은 늘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앞서게 된다.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은 이웃에게도 정직하고 더 나아가 사랑과 배려심이 세워지게 된다. 남의 일을 내일같이 생각하고 힘을 보태는 사람이 바르게 사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 울어주지는 못해도 눈물을 닦으라고 손수건을 내어밀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세상을 보면 누가 돌을 들면 함께 돌을 든다.

옛날에는 죄를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는 일이 적었다. 그래 죽은 사람 가지고 지나친 시비나 욕설은 없었다. 그래 법에서도 죽으면 공소권 없음이라 한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인사치레라든가 나름대로 예의가 있었는데 근래에 와서 이것조차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을 보니 말세는 말세이며 더 나아가 인간미가 없어지는 재미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세상의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고상하게 철학적으로 냉철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무미건조한 인간이 되라는 것도 아니며 실개천 같은 사랑과 정이 흐르는 삶의 마당을 만들어 흘러들어오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껴안고 공동체를 만들어 옛 사랑방같이 발 뻗고 오순도순 지켜기는 정이 묻어나는 사람 관계를 만들어가며 이민의 삶 속에서 그때 내가 거기 있어 참 좋았었지 하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함께 흉을 봐도 웃음이 나오고 나무래도 섭섭하지 않고 격려와 희망이 뒷맛으로 남은 서정시와 같은 되씹어 보고픈 마음의 전율을 공감하며 일어서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기에 바르게 산다는 것을 오늘 우리 사회에서 아니 내 속에서 보고 싶다.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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