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트파라난담 아난다 크리슈난(Tatparanandam Ananda Krishnan). 80대 초반인 그는 스리랑카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세계적 갑부 사업가다. 포브스지 최근 집계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71억달러 상당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3번째, 전 세계에서는 217번째 부자다. 포브스지 2012년 집계에서는 더 부자로 나타났다(총재산 96억달러, 말레이시아 2위, 세계 89위). 주요 사업분야는 미디어, 오일, 개스, 텔레커뮤니케이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등이다. 부인은 태국계, 자녀는 세 명(아들 하나, 딸 둘)이다.
그의 아들은 영국에서 태어났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니, 게다가 외아들이었으니, 금이야 옥이야 보살핌을 받았으리란 건 불문가지다. 영국에서 금수저 교육을 받은 그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듯 총명했던 모양이다. 8개국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외아들은 선택은 의외였다. 부를 물려받지도 사업을 이어받지도 않았다.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태국의 한 숲속 수도원에서 수십여 도반들과 함께 수행중인 아잔 시리파뇨(Ajahn Siripanyo) 스님(사진)이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가까운 곳의 국립삼림보존지역 내 다오 담 수도원(Dhao Dham Monastery) 원장이자. 아잔은 태국어로 스승이란 뜻이다. 보통 스님에 대한 존칭으로 쓰인다.
시리파뇨 스님은 18세 때인 1989년 외가나라 태국을 방문해 그곳 전통에 따라 ‘일시 출가’를 경험했다. 당초에는 2주간 행자생활을 하고 속세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훗날 회고에 따르면, 그는 당시 행자생활이 즐겁기는 했지만 스님이 되겠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현대 남방불교(테라바다)의 대표적 고승 아잔 차(Ajahn Chah)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싶어 했다.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아잔 차 스님이 병든 처지여서 직접 만남은 단 한번밖에 없었다. 수승한 수행자와의 만남은 그 한번으로 족했다. 청년 시리파뇨는 출가를 결심했다. 그리고 실천했다.
평생 놀면서 물쓰듯 써도 다 못쓸 수십억달러 유산을 헌 신짝처럼 버리고 깊은 산 속 수도원에서 빈털터리 수행자의 삶을 20년 넘게 살아오고 있는 그에게는 현대판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 부처님)라는 경칭이 붙는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최근 “승려가 된 수십억달러 상속자 - 말레이시아의 3대 갑부 아난다 크리슈난의 아들은 왜 정신적 평화를 위해 부귀를 포기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아잔 시리파뇨 스토리를 싣기도 했다.
이런 외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아들을 환속시키려고 이랬다느니 저랬다느니 하는 얘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불교나라 스리랑카계인 아버지나 불교나라 태국계인 어머니나 다 불자다. 불자로서 부모자식으로서 수시로 만난다고 한다. 아잔 시리파뇨 스님의 법문(영어)이나 기타자료는 유투브에서도 접할 수 있다. 단 한번 만났다는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법문도 있다. 검색어로 Ajahn Siripanno 또는 Ajahn Siripanyo를 입력하면 된다.
<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