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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일생에 가장 중요한 준비

2020-07-23 (목)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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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가 존경하는 한 목사님의 사모님이 죽음을 맞이했다. 24년간 암투병을 한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기간에 두려움으로 인하여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안된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매일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는 것이다. 암이 걸렸기에 죽음이 오늘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암이 없는 것처럼 살았을 뿐만 아니라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감동이 된다. 그리고 제일 놀라운 것은 본인이 이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감지해서 모든 것을 지혜롭게 그리고 의미있게 준비를 했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손들에게 예수님을 잘 믿어 천국에서 반드시 보자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사랑하는 남편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정말 남편이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평안함 가운데 눈을 감은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참으로 훌륭했고 감동이 되었다.

이와 반면에 죽음에 대한 준비없이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 특별히 요즈음 툭하면 터지는 것이 정치인들 또는 유명 배우나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다. 충격적이다. 들여다보면 정말 귀한 목숨을 스스로 끊을 만큼의 이유가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상황이 되지 않아서 다 이해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정말 대책(?)도 없고 준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나는 이제까지 전직 암환자 전문 약사로서 그리고 이제 목사라는 특정 직업(?)으로 인하여서 보통 사람들보다 죽음을 많이 목격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비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갑자기 죽음이 와서 당황이 되고 반항도 하고 원망 속에서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하는 경우, 너무 억울해서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하는 경우, 못내 아쉽고 후회가 되어 ‘이렇게 할껄, 저렇게 할껄’ 등등의 ‘껄껄’ 하면서 인생을 마감하는 경우, 무엇보다도 죽는 순간에 평안이 없는 절대적인 두려움 가운데 발광을 하면서 눈이 뒤집히면서 흉칙하게 죽는 경우…


많은 경우에 죽음은 생각조차 하기도 싫고 마치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질 수도 있다. 남들 이야기같고 먹고 살기 바쁘고 힘든 일도 많은데 굳이 죽음을 생각할 여유도 없고 더더군다나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세상에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다른 준비들은 하지 않는가? 아이 낳을 준비, 학교 준비, 대학 입시 준비,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이사 준비, 노후 준비 등등... 온통 준비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목사로서는 가장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성경은 분명히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기에... 그리고 죽음 후에 펼쳐지는 영원한 세계는 지금 이 땅에 살아가면서 얼마나 준비를 했는가에 따라서 완전히 극과 극이 되는 것이기에…

그렇다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을 다음 예를 통해 들려주고 싶다. 바로 교회 교인 한명이 올해 나이가 80이고 얼마 전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는데 지난주부터 이제까지 받아오던 모든 치료를 멈추고 삶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세 내가 엊그제 그 집에 방문을 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한 질문을 던졌는데 바로, “오늘 감사한가요?”라고... 그랬더니 그 분의 대답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그럼요 목사님! 오늘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주님으로 인하여 감사합니다!”라고요… 참으로 감동이 되었다. 지금 의사와 가족들의 말을 빌리면 이제 이 땅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님께 대한 원망도 있을 법한데… 오늘 감사하다고 하다니…. 죽음을 준비하는 올바른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앞두고 나오는 감사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환경만 본다면 절대 감사가 나올 수 없다.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어찌 감사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설령 오늘 죽어도 영원한 천국에 대한 소망이 있기에 오늘 감사하는 것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결코 그리 길지 않다. 정말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간다. 따라서 우리는 주어진 짧은 인생을 살면서 영원한 천국에 대한 소망과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축복이요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현명한 길일 것이다!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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