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포화 속에도 꽃은 핀다
2020-07-06 (월) 12:00:00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최근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외교 정치의 내막을 엮어 펴낸 ‘그것이 일어난 방’이란 저서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감한 외교적 사안이나 외교적 결례가 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밀실외교를 펼치며 미북간 한반도 종전협정을 계획했던 하노이회담이 불발되도록 애를 썼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올해로 70년이 된 6.25 전쟁은 흑백사진 몇 장으로 기억되고 있는 장면보다는 훨씬 더 참혹했다. 세계 전쟁사에서 처음 벌어진 제트기 공중전이었고, 2차대전 태평양전쟁에서 50만3,000톤의 폭탄이 사용된 것보다 훨씬 많은 63만5,000톤의 기록적인 폭탄이 사용된 전쟁이었다. 또한 UN에서 처음으로 실전에 연합군을 파병한 최초의 전쟁이기도 하다. 직접 전투에 참여했던 참전국 16개국 중 UN군의 90%인 48만명의 병사를 파병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압도적인 규모의 파병이었고, 미군 전사자도 3만여명이나 돼 그만큼 희생도 컸다.
당시 참전용사들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들도 많았다. 이들이 지금 90세 언저리가 되다 보니, 이미 세상을 떠나신 경우도 많아 그들의 언어로 채록되고 기억 속에 담겨 있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이 묻히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한국군과의 참된 우정으로 평생 그리움을 담고 있는 미군 참전용사 한 분이 흥얼거리는 한국 멜로디에서, 미군들이 당시 2불씩 모아서 없어진 학교 건물을 직접 지어 준 가평고 이야기, 일본 주둔 수송기까지 동원하여 버리고 가라는 상명을 어기고 전쟁고아들을 수송기로 1,600여명이나 살려 낸 어느 공군 병사의 이야기 등 포탄 속에서도 사랑과 휴머니즘은 언 땅을, 언 마음을 녹이고 있었고 그때의 상흔에 새살이 돋아나도록 보듬어 주었다.
전쟁으로 생긴 상처와 그 트라우마를 70년이 지난 지금도 깨끗이 치유하긴 어렵지만 목숨 걸고 싸워 주고 인간애로 보듬어 준 미국에 대해 마음 한편 고마움과 부채의식을 갖게 된다. 또한 그 잿더미에서 빨리 일어나 지금의 놀라운 성장을 일구어 낸 한국의 저력에도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각국의 국익보다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휴머니즘에서 출발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