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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신앙 생활과 상식

2020-06-11 (목)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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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다보면 우리 한인들 가운데 상식이 없는 분을 가끔 보게 된다. 특히 신앙있다고 하는 분들 중에 그런 분이 간혹 있다. 교회에서 중요한 직분도 맡고 많은 분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전혀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다. 자신이 생각하는 신앙,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 생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 판단이 옳다 확신하고 다른 사람에게 은연중 강요한다. 교회 안에서 예를 들면 경건하다, 기도 많이 한다, 성경을 많이 안다, 항상 교회 일을 많이 한다 하면 믿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듯하다. 또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어떤 순서를 맡고 리더십을 발휘하면 정말 경건하고 신앙 좋은 사람이 된다. 남들도 그렇게 봐주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신앙심 깊다는 말이 무엇을 뜻할까? 경건하다는 말은 무엇일까? 우리가 통상 머리 속에 그리는 신앙심 깊은 경건한 모습은 성경에서 말하는 경건한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성경은 경건을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기도를 진실되게 하고 교회에서 봉사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행동하는 신앙을 말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이 경건이라(약 1:27) 했다. 오래 금식 기도를 하거나 말씀을 깊이 깨달아 어떤 경지에 오르는 것이 경건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할 때 그들을 돕는 것이 경건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나보다 조금 못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훈계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도와주는 것이 경건이라는 것이다. 신앙 생활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사람에게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이웃 사랑으로 행위가 나타나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리의 신앙심은 반드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여져야 한다.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나 상식없고 무례한 사람은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상식은 예수 믿기 전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상식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불쾌하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신앙심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신앙과 경건을 말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미국에 사는 민주 시민으로서 합리적이며 상식있는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범절과 교양과 지식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도 상식은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이 어찌 하나님 앞에 경건한 신앙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신앙을 자꾸 극단적인 경험으로 말하는 분이 있다. 큰 기적을 체험했다든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했다든지, 중병에서 나았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런 체험을 할 수도 있으나 보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하루하루의 삶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이 신앙 생활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 사람의 입장과 처지에서 이해하려는 노력, 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 이것이 하나님께서 믿음 있는 자에게 요구하는 신앙 생활일 것이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 것이라 했다. 나는 이것이 신앙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큰 사랑을 행하기 전에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부터 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예의를 갖추고 조금씩 남을 배려해 나가는 것이다. 경건한 신앙인이라면 무엇보다 상식을 갖추어야 한다. 교회에서 중요한 리더십의 위치에 있다면 상식은 필수적 요소일 것이다. 상식없는 사람들로 인해서 불쾌함을 느끼고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센스가 없어 그런거 잘 몰라”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 그것은 센스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조금만 신경써서 진지하게 대한다면 상식은 저절로 갖추어지게 될 것이다. 상식은 천성이 아니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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