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게 경건하게 부처님 오신날 봉축
2020-05-20 (수)
정태수 기자
일년 중 가장 큰 불교명절인 부처님오신날. 불기 2564년인 올해 그날은 4월30일(음력 사월초파일)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한 달 미뤘다. 5월30일이다. 이날이 마침 윤사월 초파일이어서 모양새가 크게 빠지지는 않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 예년처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덜 풀린 탓이다. 캘리포니아주정부는 최근 자가격리 강제명령을 다소 완화했지만 종교시설 등 인원밀집 가능성이 있는 시설들은 여전히 규제에 묶어놨다. 때문에 24일이나 30일 31일 등으로 분산된 북가주 한인사찰들의 ‘매우 절제된 봉축행사'는 관례대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라 불리면서도 대외적 공식적으로는 다중이 함께하는 ‘식’이 아니라 부처님 전에 자발적 개별적으로 경배하는 ‘예’다.
올해 봉축행사 스타트는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와 길로이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가 끊는다. 두 절 다 오는 24일 일요일 오전에 법요식을 봉행한다. 참가자들은 예불 때든 육법공양 때든 관불의식 때든 발원문과 법문 때든 점심공양 때든 각자 전후좌우 6피트 이상 거리를 두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스님들은 이날 법문 등을 통해 예년처럼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다시금 새기도록 하는 한편 부처님법 관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분석하고 거기서 얻어야 할 교훈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주지 광전 스님)는 아예 봉축법요식란 명칭을 쓰지 않고 30일(토)과 31일(일) 이틀동안 여래사를 ‘개방’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해진 시간동안 따로 혹은 가족끼리 혹은 소수의 도반끼리 여래사를 찾아 개별적으로 참배하고 관불의식 등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신도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리버모어 고성선원(원장 진월 스님)은 30일(토) 오후에, 샌프란시스코 정토회(총무 이예정)는 31일(일) 오전에 온라인 봉축행사를 갖는다. 두 행사 역시 행사라기보다는 동영상법회에 가깝다. 정토회의 경우는 출범 초기부터 해온 방식이다. 고성선원은 첫 시도다. 진월 스님은 몇몇 불자들과 함께 지난달 하순 줌을 이용한 실험적 온라인 법담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카멜 삼보사(주지 대만 스님)는 법요식을 봉행하지 않는다. 신도들의 자발적 개별적 봉축예배는 가능하다. 산호세 정원사(주지 지연 스님) 마리나시티 우리절(주지 운월 스님) 오클랜드 돈오사(주지 돈오 스님)도 이와 같은 선에서 부처님 봉축주간을 ‘간소하게 경건하게’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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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