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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등불 마음공부 길잡이책 셋

2020-05-14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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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등불 마음공부 길잡이책 셋
“...백신 나오든 치료제 나오든, 코비드-19는 인플루엔자처럼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최악으로 관리하는 나라라도 사망자 중에서 만65세 이하이면서 기저질환 없는 사람들의 비율은 5% 넘지 않을 듯하고요. 한국은 0.3~0.4% 수준, 그러니까 이건 일반 사망률에 영향이 없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런 식으로 코로나가 영향을 준다면 2020~2050년 총 사망자 숫자는 코로나 없다고 가정했을 때와 사실상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집단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코로나가 긍정적인 점도 있습니다. 편리한 이득을 추구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좀 바른 쪽으로 살려고 각자 노력이나마 해야 한다는 거지요...”
기자가 최근 지인에게서 받은 전자우편의 일부다. 서울의 한 언론사에서 함께 근무한 그는 지금 ‘농사짓는 과학기자’다. 공주에서 농사를 짓는 짬짬이 오마이뉴스에 과학글을 연재한다. 과학뿐 아니다. 인용된 편지글 후반부에서 짚혀지듯, 예전에 써금털털 차를 몰고 봉두난발 휘날리며 미국 구석구석 누비고 헤집은 이야기를 담아 쓴 책 제목(‘길 위의 바람이 되어’)에서 풍겨지듯, 도인 같은 도반이다.

그의 지적대로 우리는 앞으로 시시때때 코로나에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운명인 듯하다. 몇 주 더 몇 달 더 집안에 틀어박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 해서 굶어죽고 얼어죽을 바이러스가 아닌 모양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대개 그렇게 말한다. 이래 풀죽고 저래 겁먹기 쉬운 요즘, 어둠 속 등불 같은 마음공부 새책들이 연달아 나왔다. 그중 셋을 소개한다.

◇사성제(일묵 스님 지음/불광출판사 펴냄): 사성제(四聖諦)는 괴로움과 그 괴로움을 이겨내고 진리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 부처님의 핵심가르침이다. 이름하여 고집멸도(苦集滅道). 불자라면, 불자 아니라도 웬만큼 교양있는 식자라면 누구나 다 숱하게 들었을 것이나 풀이가 난해하거나 뜬구름잡는 식이어서 아무나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을 사성제를 평균인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쓴 책이다. 지은이는 춘천 제따와나(Jetavana)선원장 일묵 스님이다. 20여년 전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재학중 같은 대학 도반들과 집단출가해 화제를 모았던 수행자다.


사성제를 다룬 말과 글이 이미 넘치는데도 그가 부러 책을 낸 까닭을 요약하면 ‘사성제는 교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으로 체화하는 것’쯤 되지 않을까. 불교학자 이중표 박사(전남대 명예교수)가 십수년 전 북가주 특강에서 ‘부처알기는 쉬워도 부처되기는 어렵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면 일묵 스님이 새롭지 않은 제목으로 새로운 책을 내놓은 깊은 뜻을 헤아리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좋은 말씀 (법정 스님의 미공개 말과 글 모음/시공사 펴냄):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그를 따르는 동아리(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가 스님의 미공개 법문과 강연 등 31편을 모은 책이다. 워낙 탄탄한 독자층을 가진 스님의 유작인 만큼, 게다가 스님책일랑 이미 있던 것마저 더 찍지도 팔지도 말라는 스님의 유지를 다름아닌 스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애써 못들은 척 내놓은 새책인 만큼, 그 내용이 오죽 맑고 향기로우랴. 언론에 소개된 여러 ‘좋은 말씀’ 중 두 대목만 옮긴다.

“주어진 가난은 우리가 이겨내야 할 과제이지만 선택된 맑은 가난, 청빈은 삶의 미덕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정진하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새롭게 자기의 삶이 꽃피어나기 때문에 과거에 붙들리지 않아요. 미래를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순간을 살기 때문에, 늘 지금이기 때문에.”

◇참선 매뉴얼 (테오도르 준 박 지음/구미화 옮김/나무의마음 펴냄): 하버드대 출신 수행자(스님 시절 법명은 환산)로 널리 알려진 지은이가 몇 달 만에 선보인 책이다. 지난 연말에 낸 ‘참선’이 참선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등을 일깨워주는 입문서라면, 이번 ‘참선 매뉴얼’은 참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삶에서 닥치는 다양한 상황에서 참선이란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얘기하면서 참선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실천지침서다.

인터넷서점의 책소개 첫머리부터 북가주 인연이 물씬하다.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의 초청으로 ‘선(禪) 명상’을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강연을 들으러 온 이들은 대부분 20대와 30대의 프로그래머와 신제품 개발자들이었다...그때의 강연 내용과 저자가 직접 30년 동안 경험하고 기록한 참선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와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을 담았다...”

참선 매뉴얼은 ▷1부 참선, 행복으로 가는 새로운 공식 ▷2부 언제 어디서나 마음 다스리기 ▷3부 참선으로 생활 습관 바꾸는 법 ▷4부 스스로 참선 계획 짜보기 등 순서로 짜여져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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