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혹독한 코로나19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상최고의 실업수당 청구건수에 예고되는 중소기업들의 파산, 유가 폭락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럽에 무서운 페스트가 지나간 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 했듯이 이 참담한 코로나 사태이후 미국에도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는 올까?
르네상스는 ‘재생(rebirth)’이라는 뜻이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가 중심이 되어 전 유럽으로 확산된 고대 그리스와 로마문명의 재인식과 인간 중심의 정신을 되살리게 한 시대적 운동이다. 유럽은 르네상스의 시작과 더불어 암흑기 중세시대에서 벗어나 대항해시대로 상징되는 경제성장 시기로, 근세시대로 접어들었다.
1600년대에 페스트가 전 유럽을 휩쓸고 가면서 유럽인구 3분의 1이 사망했는데 이태리의 베네치아에서도 도시 인구 3분의 1인 4만7,000명이 죽었다. 베네치아 바다 위에는 성모의 자궁을 상징한다는 둥근 돔과 섬세한 조각을 새긴 우아한 건물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있다.
베네치아인들은 1603년 하느님에게 페스트를 물리쳐 줄 것을 간절히 기도했고 이윽고 페스트가 물러나자 이를 기념하고 감사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래서 ‘건강'이라는 이름의 살루테(Salute)가 붙었다. 새벽 미명이나 황혼 무렵 베네치아 항구는 물위에 뜬 이 살루테 성당과 오래된 건물들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피렌체에는 ‘신곡’의 작가 단테의 생가가 뮤지엄으로 남아 현지인은 물론 방문객들은 단테 생가의 문고리라도 한번 잡아보려 한다. 브루넬레스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 세계적 거장들이 이곳에서 인간 존중의 사상을 작품으로 남겼다.
미국은 건국 초기 산업적 근대화를 주장하는 자본주의가 성장 동력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무기, 전쟁, 물자 등 전쟁 특수로 60~70년대에 세계 초강대국이 되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사라진 후에는 세계 일등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넘치는 자유주의,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계급간 갈등, 환경 문제, 인종과 민족 차별, 무사안일한 의식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1830~1900년에 랄프 왈도 에머슨의 ‘Nature’, 헬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Walden’. 허만 멜빌의 ‘모비딕’ 등이 사색과 독서, 진정한 지혜에 대한 추구로 문예부흥운동을 이끌었다면 코로나19이후 열릴 새로운 르네상스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오랜 재택근무와 집콕 시대를 살면서 본보의 오피니언과 독자문예난에 원고량이 늘고 있다. 글솜씨가 더욱 좋아진 분도 있다. 코로나19사태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고층빌딩들이 보이지도 않는 적 바이러스 한방에 무릎을 탁 꿇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아무것도 아닌 물질보다는 인간존중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시기를 힘겹게 건너는 중인 미국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삶에 대한 성찰이 깊어진 작품을 탄생시킬 것을 기대해본다.
지금은 역사적 전환기에 서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왕좌왕하는 리더십,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응책을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미국을 믿는다. 미국은 여전히 컴퓨터, 인공지능, 건축과 예술 분야...,모든 것에 저력이 있다. 자부심도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2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화상주총에서 말했다. “나는 2차 세계대전 때에도 극복하리라 확신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 2001년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확신했다”며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고 또다시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가 회생하고 문학, 철학, 패션 등 문화와 지식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미국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기대해본다. 베네치아의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의 힘이 아니더라도 미국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지난 인재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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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