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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행복한 가정이려면

2020-05-07 (목)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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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환경과 상황에 관계없이 시간은 늘 제 갈길을 간다. 코로나19로 인한 자택격리중에도 5월이 어김없이 왔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신록이 짙어가고 각종 꽃들이 만개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처처에 넘치기 때문이다. 또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 15일 세계 가정의 날, 또 21일을 부부의 날로 지키면서 식구들간 사랑, 감사,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이런 가족들과 관련된 날들이 있기에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이곳 미국은 어린이 날이 따로 없고 5월 둘째주일을 Mother’s day, 6월 셋째주일을 Father’s day로 지낸다. 물론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교회력으로 정해진 가정관련의 날들을 기념하고 기린다고 가정이 갑자기 더 행복해지고 더 단단해 지는 것은 아니다. 허나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다소 소홀했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생각하고, 마음쓰는 계기로 삼고 가정의 행복과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좀 더 바람직한 가정을 세워갈수 있을게다.
헌데 가정의 달은 나에게 미안함, 아쉬움,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솔직히 집식구들에게 교회에서 설교하면서 외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해서이다. 특히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저 송구스럽다. 평생을 자식사랑, 특히 큰아들 사랑에 투신하셨는데 그 사랑에 부응하지 못하고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많이 무심했기 때문이다.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옛노래는 내가 눈물로 불러야 할 노래인 듯하다.

가정은 교회와 더불어 하나님이 친히 제정하신 제도로 육신의 요람이며 정신의 안식처이다. 평강과 은총의 장소이다. 가정에는 메마르지 않는 사랑과 행복의 샘이 있다. 가정은 어떤 죄라도 사랑 안에서 용서받을 수 있는 곳이며, 극심한 경쟁주의 성공제일주의에서 자유한 곳, 식구들의 순전한 위로와 격려가 있는 곳이다. 가정은 식구들의 소망, 비젼이 담긴 곳이다. 밤중 멀리까지 새어나가는 집집마다의 불빛은 그 가정의 꿈과 소망이다. 가정은 한 사회의 진실한 토대로 건강하고 밝은 가정들을 통해 품위있고 튼튼한 사회가 형성되고 유지된다. 한 나라의 장래는 잘 정돈된 시민들 가정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가정은 땅에서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성경은 천국 주인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가정의 용어를 빌려 소개한다. 하나님은 아버지, 예수님은 아들, 성령님은 어머니와 같은 보혜사이시다. 에디 쉐퍼는 가정을 일컬어 ‘인간존재의 성장장소, 피난처, 문화창조의 중심지, 기억의 박물관, 인간관계의 출발형성소, 신앙의 출발지이지 종착점’이라 했다.

가정의 행복과 건강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살다보니 그냥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결혼하고 자식낳고 돈벌고 함께 기거하는 년한이 늘어간다고 행복도 그에 비례해 자연스러이 늘어가지 않는다. 행복한 가정이려면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미래를 위해 분주히 일하고 돈버는 것도 좋지만 오늘 식솔간 함께 하고 짐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 사람이 무엇보다 아름답고 가치있다. 성경은 ‘마른 떡 한조각만 있고도 화목한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싸우는 것보다 낫다’했다. 물질 우선이 아닌 영혼 우선이어야 한다. 물질은 한시적 흥분, 즐거움, 편리함을 주지만 영혼은 한평생 기쁨과 평안을 준다. 영혼이 잘 되어야 인생도 잘된다. 성경은 무엇보다 영혼이 잘 될것을 권한다. 세속가치가 아닌 하나님을 모시고 그분 뜻을 구하고 따라야 한다. 세속가치는 변하고 사라지지만 주님의 뜻은 영원불변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뜻)를 먼저 구하라 하셨다. 가정내에 주님 뜻이 구현되면 그 자체로 천국이다. 그 어디나 주님 모시고 그분 뜻 이루는 곳이 천국이다.

다른 가정과 결코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온전한 가정 그 어디에도 없다. 사려깊은 눈으로 바라보면 내 가정에도 행복의 파랑새가 날아다님을 목도할 것이다. 배우자는 결실한 포도나무이고 자녀들은 감람나무같은 존재들이다. 가정의 달에 식구들간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음담긴 작은 이벤트라도 행하심이 어떠실런지..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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