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DIY(Do It Yourself)

2020-04-2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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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전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유행도 진화하고 있다. 확진자가 많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마스크를 낀 채, 바람막이를 입고 소셜 미디어에 인증사진을 업 로드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또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가 마스크 부족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마스크 제작 방법 및 도면을 전면에 소개하고 나섰다. 유튜브 영상에도 ‘how to make a dust mask with cloth’ 등 마스크 만들기에 관한 다양한 손재주와 기발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요즘 인기를 끄는 것은 직접 소품을 만들 수 있는 DIY 제품 만들기다. 시애틀의 한 산업디자이너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손 세정제 제작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는 손 세정제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그의 제안을 접한 페이스북 회원들은 오레곤주의 양조장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계획을 구체화 시켰다. 마침내 필요한 모든 재료를 모아 세정제를 만들 증류주 제조장을 찾았다. 그리고 세정제 수천 리터를 성공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들이 공유해서 만든 손 세정제에 관한 제작 가이드를 치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든 업소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의식주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우선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의 가속화, 즉 공장에서 찍어내는 무개성 완제품 대신에 나만의 취향대로 고치고 만드는 DIY(Do It Your self) 문화이다. 앞으로는 이런 문화가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발맞춰 새롭게 성장할 것 같다.


DIY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수선, 요리, 인테리어 장식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만드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요리 DIY이다. 이것은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보니 대세일 수밖에 없다.

요리의 경우, 매끼를 직접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음식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만들면서 마치 자신이 셰프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 누구든 집에서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DIY의 매력이다. 코로나가 아니면 언제 우리가 집에서 이렇게 요리를 자주 해 먹겠는가.

DIY가 뜨면서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는 미용업계가 아닐까 싶다. 밀폐된 공간에서 긴 시간 손님들과 밀접한 접촉을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특성상 머리 손질 등 서비스를 받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 끈이 염색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자를 때 방해가 되는 이유이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자신이 직접 머리를 손질하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 심지어 이발소도 갈 수 없게 되자 집에서 기계로 머리밀기를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심심하고 따분하게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벽이 너무 허전해 보여 집을 직접 꾸미기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치과를 못가서 영상 보며 직접 치아를 뽑는 사람까지 보인다. 아파도 집밖을 나가기가 두렵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해결책이다. '코로나 DIY'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여러 다양한 컨텐츠를 접할 수 있다. 이런 추세로 지난 몇주간 아마존에서는 각종 DIY 상품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몇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DIY에 관심도가 높다는 증거이다.
코로나19 이후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대형사건 이후 항상 그랬듯이 우리는 또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스스로 모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우리 생활이 바뀔 것 같다. 이런 습관이 이번 코로나를 기해 확실히 우리 몸에 배지 않을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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