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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안거’ 동영상 법문(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2020-04-01 (수) 정리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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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스님의 보왕삼매론 중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기약없이 길어진다. 그렇다고 신행을 멈출 수는 없다. 자가격리를 안거삼아 공부를 다잡으면 어떨까. 이를 위해 ‘코로나 안거’ 동영상 법문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회는 올해 봄으로 열반 10주기를 맞은 법정 스님이 1997년 가을 서울 길상사에서 한 보왕삼매론 법문이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은 중국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 초기까지 중생교화에 앞장섰던 묘협 스님의 저서에서 간추린 것이다. 원문과 우리말 뜻풀이를 먼저 싣고 법정 스님의 법문 중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대목에 대한 해설을 잇는다.

◇보왕삼매론 원문과 뜻풀이

1. 念身不求無病(염신불구무병) 身無病則貪欲易生(신무병즉탐욕역생) :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2. 處世不求無難(처세불구무난) 世無難則驕奢必起(세무난즉교사필기) :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究心不求無障(구심불구무장) 心無障則所學躐等(심무장즉소학렵등) :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4. 立行不求無魔(입행불구무마) 行無魔則誓願不堅(행무마즉서원불견) :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5. 謀事不求易成(모사불구역성) 事易成則志存輕慢(사역성즉지존경만) :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6. 交情不求益吾(교정불구익오) 交益吾則虧損道義(교익오즉휴손도의) :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7. 于人不求順適(우인불구순적) 人順適則心必自矜(인순적즉심필자긍) :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8. 施德不求望報(시덕불구망보) 德望報則意有所圖(덕망보즉의유소도) :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9. 見利不求沾分(견리불구첨분) 利沾分則痴心亦動(리첨분즉치심역동) :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10. 被抑不求申明(피억불구신명) 抑申明則怨恨滋生(억신명즉원한자생) :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몸에 병 없기를...’에 대한 법정 스님의 법문(요약)

몸이란 지수화풍 4대로 돼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간이란 오온, 반야심경에 나오듯이 색수상행식,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가 화합해서 된 유기적인 존재입니다.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에요. 어떤 인연이 닿아가지고 이런 형상을 갖추고 나왔습니다.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말아요. 무상한 거에요. 늘 변하는 겁니다. 생노병사 하잖아요. 저를 오랜만에 본 신도들은 스님 많이 늙었다 그래요. 중이라고 그래서 안늙을 재간이 있어요, 부처님도 생노병사하는데? 그것이 우주질서에요.

병을 앓을 때 신음만 말고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란 거에요. 건강했을 때 생각해보지 못한 일들을 앓을 때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이웃에게 고마움도 그때 느껴야 되고 또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 인간관계가 어떠했던가 내 직장에서 얼마만큼 성실하게 살아왔던가 하는 것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그런 계기로 삼으라는 거에요. 병을 통해서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어야 된다는 거에요.

중생의 병은 업에서 나옵니다, 부처님 말씀에 나오듯이. 업이란 뭡니까. 하루하루 순간순간 생활양식이에요. 생각이라든가 먹는 음식이라든가 생활습관 이것이 건강하게도 만들고 병도 만듭니다.

보살의 병은 자비심에서 나옵니다. 중생이 앓기 때문에 앓는다 이러잖습니까 유마경에. 어머니들은 자식이 앓을 때 같이 앓잖아요. 그게 어머니에요. 생명의 뿌리니까. 누가 그렇게 시켜서가 아닙니다. 원천적으로 자식이란 모체에서 나온 가지 아닙니까. 뿌리에서 파생된 가지라고요. 가지가 앓을 때 뿌리가 앓지 않을 수 없는 거에요.

모든 게 선지식이에요. 배우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선지식입니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언짢은 일은 언짢은 일대로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 겁니다.

<정리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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