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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하나님의 고난

2020-04-01 (수) 임택규 목사/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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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질문으로 이 글을 시작하련다. 여러분들은 절대자 하나님께서 고난을 받으실 수 있다고 여기시는가 ? 이에 대해 ‘기독자들의 믿음’은 당연 yes라 응답한다. 헌데 ‘세상사람들의 지성, 상식, 논리’는 Yes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 지성으로만 절대자를 판단한다면 그분은 모든 피조물로부터 항상 어디서던지 무엇을 하시던지 최고의 가치로 경배와 높임을 받고 존귀와 영광만을 받으셔야 한다. 절대자에게는 작은 정도일지라도 아픔, 성처, 고통같은 것들이 가당치 않다. 그분의 호칭에 어울리지 않는다. 절대자란 개념 속에는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섭리하시고 운행하시는 분이다는 함의가 있다. 영원하시고 전지전능하신 분이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런 절대존재에게 어떤 이해하기 힘든 험한 일이 발생해서 그분에게 극심한 고통과 아품이 되었다면 하나님의 능력, 권세, 명성은 일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런 연약한 분을 절대자로 인정하기가 꺼려진다. 단순하고 담백한 논리로 생각해 보면 전지전능하신 분이라면 고난을 받을 정도로 무력해선 안된다.

헌데 기독자들이 믿음의 주시라고 고백하며 부르는 하나님께서 정말로 고난을 받으셨다. 그것도 보통 고난이 아닌 십자가형벌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고난말이다.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받기 위해 누가 지어낸 허구가 아니다. 신의 십자가 죽음은 성경에 아주 많이 기록되었으며 역사가 사실로 인정하는 이야기이다. 성경과 역사는 하나님이 고통받고 죽으신 사건이 2천년전 유대나라 예루살렘밖 골고다언덕에서 실지 발생했다고 증거한다. 그때 하나님은 유대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로마에서 파견된 빌라도 총독으로부터 사형언도를 받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다. 그분께서 고난받고 죽으실때 수많은 증인들이 있었다. 형을 집행한 로마군병들, 그분 죽음의 자리까지 따라온 사랑하는 제자 및 일단의 여인들, 그리고 그분을 빌라도에게 넘겨준 유대인들 다수가 있었다. 하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당하신 후 증인들 입에서 그분의 고난과 죽음을 부정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교회력에 따르면 다음주일(4월5일)은 종려주일이고 이후 부활주일(4월12일)까지 한주간은 주님께서 고난받으셨음을 기념하는 고난주간이다. 존귀하신 하나님께서는 이 주간에 가장 험악한 죄수들에게 부여된 치욕스러운 십자가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셨다. 성경은 온 인류의 죄떄문이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나의 죄떄문이고 모두의 죄때문이다는 것이다.

전 인류의 죄가 너무 커서 모두가 그 댓가로 죽음을 향해 달려갈때 하나님은 당신의 고난과 죽음으로 인류를 용서하실 것을 영원전부터 계획하셨다. 그리고 정한 때에 그 계획을 확고하게 실행하셨다. 스스로 죄인이 되셔서 죄인이 당할 죽음을 죽으셨다. 어찌보면 하나님이 기획, 연출하시고 주인공이 되신 구원의 드라마는 기존의 상식과 일반인의 두뇌로는 도무지 이해못할 역설 투성이이다. 하나님이 고난받고 죽으시고 그 결과로 형벌받고 죽어야할 죄인들이 구원을 받음은 인간적 상식, 논리를 초월한 절대진리이다.

다른 사역자들도 그러했겠지만 나역시 목회과정 동안 크고 작은 고통과 상처를 많이 받았다. 잘못의 결과로 고통받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인내의 한계치에 이를만큼의 억울함으로 연유한 아픔도 있었다. 헌데 은혜롭게도 그런 고통스런 사건들을 통해 온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고난을 진지하게 재음미해 볼수 있었다. 아무 죄없이 고난받으신 그분은 얼마나 억울하고 아프셨을까 ? 누구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고통앞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 ? 나는 나를 위해, 인류를 위해 하나님께서 고난받으시고 죽으심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주님 십자가고난을 확실히 믿고 마음에 새긴다. 이 사순절기 말미에 이런 이런 결단을 해본다. “예수님의 남은 고난을 내 몸에 채우리라”는..

* 요즘 온 세상이 온통 코로나19에 빠져 있다. 정상적 삶의 시계가 올 스톱되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가면서 언제 정상 회복되런지 예측불가이다. 주님의 손길로 이 고통스런 사태가 속히 종식되고 재난의 상흔들이 온전히 치유되길 기도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임택규 목사/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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