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잠든 도시 뉴욕

2020-04-01 (수) 소병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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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매일 아침 동이 트기 전부터 요란한 엔진소리에 눈이 떠지곤 한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부터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요지부동이다.

참새들처럼 재깔거리며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던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없다. 옆집 어린아이 유치원 등원 시키는 노란 버스도 오지 않았다.

나는 누운 채로 머리 위 창문 커튼을 살짝 들어올렸다. 밖은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기보다는 적막하다는 느낌이 든다.


뉴욕은 1811년에 그리드 씨스템(Grid System)이 도입 되기 전(19세기)까지 조그만 도시로 인구는 10만명 정도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로 문화, 교통, 경제의 중심지로, 가장 많은 이민자들의 정착지로 인구 2,000만(위키백과 참조)의 도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런 도시가 언젠가 부터 잠자듯이 조용한 도시로 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분업화 해서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까지 걱정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어떻게 할까.

많은 수의 국민들은 정부 정책만 바라 본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인내, 양보, 배려, 어찌됐건 지금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각자의 도리를 지키면서 말없이 침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수밖에…

이럴 때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한다, 칩거, 자가격리, 두문불출 등. 일반인들의 경우를 말하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재택근무라는 단어가 있다. 사람은 생각하고 움직이는 연속성이 있는 집단생활이 계속되어야만 활기를 찾는다. 오후가 돼서도 밖은 조용하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수십 대의 차 유리창엔 오랜 주차 탓에 뽀얀 먼지로 덮여있다.

코로나에 걱정 없는 다람쥐 한 쌍이 어딘가에 묻혀있던 도토리를 꺼내 먹으며 탐스런 꼬리를 흔들며 행복을 나눈다. 양지바른 창밑에 노란 수선도 지난밤 살짝 뿌리고 간 도둑비에 얼굴을 씻고 스치는 바람에 수줍게 고개를 젓는다.

우리의 2세가 또 3세들이 살아가는 이 땅 뉴욕에 언젠가는 찾아올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며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워 승리하는 날 크게 기지개를 켜 잠자는 뉴욕을 깨어나게 합시다.

뉴욕 시민들이여 모두 모두 힘을 모읍시다.

<소병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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