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잉 ‘구제금융’ 안받겠다 배짱 부리나

2020-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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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정부가 지분 요구하면 다른 방법 찾겠다”

▶ 마리아 캔트웰 의원도 “보잉 거부할 수도”

보잉 ‘구제금융’ 안받겠다 배짱 부리나

미국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긴급 경제부양책을 마련하면서 보잉을 겨냥해 ‘맞춤형 특혜’를 제공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잉이 연방 정부 지원금을 거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AP

미국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긴급 경제부양책을 마련하면서 보잉을 겨냥해 ‘맞춤형 특혜’를 제공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잉이 연방 정부 지원금을 거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방 상원이 25일 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의결한 2조2,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보면, 이중 최대 170억달러가 ‘국가안보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을 위한 대출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이 자금이 ‘미국 정부가 보잉을 살리기 위해 준비한 돈’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한(critical to maintaining national security)’이라는 미국 정부의 수식어가 항공기뿐 아니라 각종 군용기와 로켓, 미사일도 만드는 보잉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잉은 이 돈을 가져갈 자격이 있는 몇 안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대부분 방위산업체는 중요한 영리사업이 없지만 보잉은 군용기뿐만 아니라 상업용 항공기 사업 비중도 커 이 조항으로 지원을 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지적이다.

애초 지난주 마련된 법안 초안에는 이 조항이 없었지만 업계의 로비가 거셌던 주말을 거치면서 나중에 삽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잉은 창출하는 일자리가 어림잡아 250만개, 부품ㆍ정비를 포함해 협력업체가 약 1만7,000여개에 달하는 공룡기업이다.

매년 ‘미국 정부와 최고액 계약을 맺는 군수업체’ 지위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전투기 제조업체 록히드 마틴을 제외하면 미국 제조업계에서 입지를 마땅히 비교할 대상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며 ‘돈잔치’를 벌였던 회사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주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자금 지원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면, (정부 돈을 받지않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칼훈은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유동성(돈)을 제공해 주기를 바라지만, 지분을 요구하진 않았으면 한다”며 “(대출)조건을 이것저것 붙이면 당연히 다른 대안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전문매체 닛케이비즈니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곪은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다 파산했던 GM처럼 백척간두에 서 있는 보잉 역시 스스로 병폐를 직시하지 않으면 GM 모델을 따라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아 캔트웰 워싱턴주 연방 상원 의원도 “보잉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거부할 지도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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