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출 은행 감당 힘들 정도로 재융자 폭주

2020-03-2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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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충원, 초과 근무, 일부 이자율 부풀리기까지

대출 은행 감당 힘들 정도로 재융자 폭주

재융자 신청 폭주로 대출 은행 업무 처리가 지연이 예상되고 있다. 필요 서류를 미리 준비해 두면 불필요한 지연을 막을 수 있다. [AP]

모기지 대출 은행들이 갑작스러운 재융자 신청 폭주에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기지 이자율이 급락하면서 재융자 위주의 모기지 대출 신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출 은행의 현재 인력과 처리 능력으로는 감당이 역부족이라고 온라인 재정 매체 뱅크레잇닷컴이 보도했다. 이로 인해 기존 약 30일이면 처리 가능했던 대출 승인 절차가 45일까지 연장되고 일부 대출 은행은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이자율을 부풀리는 등 부작용까지 나오고 있다.

재융자 폭주 현상은 이자율이 약 3.56%(뱅크레잇 집계)로 떨어진 3월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이 전주보다 약 0.15% 급락하면서 한주만에 재융자 신청 건수가 약 26%나 급등했다. 이후 연방 준비 제도가 기준 금리 인하를 두 차례나 연거푸 단행하면서 시중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영향을 미쳐 재융자 신청은 더욱 급증했다.

예상치 못한 재융자 신청 폭주에 대출 은행들은 서둘러 인력을 충원하고 기존 인력은 초과 근무를 실시하는 등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그래도 몰려드는 재융자 신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대출 은행은 이후 수요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광고 이자율을 높이는 등 나름대로 처리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일부 대출 은행이 부풀려서 광고하는 이자율은 ‘이자율 비교 사이트’(Rate Watchers) 등에 게재되는 광고로 대출 고객에게 실제로 제시되는 이자율과 다소 차이가 있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자율을 보고 대출 의사 없이 걸려 오는 문의 전화로 업무 처리기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주택 모기지 대출 은행 CF 뱅크의 존 피어론 대표는 “불행하게도 업무 처리 능력으로 이미 제출된 대출 신청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단순한 모기지 예상 견적서 요청으로 기존 대출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 이자율을 높이고 있다”라고 뱅크레잇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했다. 뱅크레잇닷컴에 따르면 CF 뱅크의 광고 이자율은 공식 발표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자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재융자 신청 폭주로 업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재융자 승인 기간 연장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주택 대출 부문에서 32년간 종사한 키스 트롭 트로피칼 파이낸셜 크레딧 유니온 최고 대출 책임자는 “이자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처음 보고 대출 활동이 이처럼 활발한 것도 역시 처음”이라며 “재융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30일 내에 처리하는 것이 목표지만 협력 업체 사정에 따라 45일 이상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융자 승인 역시 신규 대출과 마찬가지로 주택 감정과 타이틀 서류 점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이들 업체도 재융자 신청 폭주로 업무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상황이다.

현재 일부 주택 보유자들은 이미 바닥 수준에 가까운 이자율에 만족하지 않고 이자율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기대대로 이자율이 더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수 있을까? 이자율 급락을 이끈 코로나 19사태에 대한 전망은 현재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이자율 추가 하락을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융자 계획이 있다면 이자율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 이자율 시세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캐피틀 파트너스 모기지의 크랙 가르시아 대표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라며 “전 세계인의 희망 대로 코로나19에 위협이 낮아들 경우 이자율이 오르는 계기가 된다”라고 경고했다. 피어론 대표도 “이자율이 떨어질 때는 더딘 속도지만 반등은 순식간에 이뤄진다”라며 “이자율이 하루 만에 약 1% 포인트나 급등한 뒤 1년간 떨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재융자를 통한 페이먼트 절약의 기회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이자율 추가 하락을 기다리다가 재융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모기지 시장 조사 기관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현재 약 1,100만 명에 달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재융자를 통해 페이먼트 절약을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누구나 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딧 점수가 740점을 상회하고 ‘주택 담보 대출 비율’(LTV)이 80% 넘지 않을 경우 가장 낮은 수준을 이자율을 적용받아 재융자를 받을 수 있다. 또 재융자 신청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서도 재융자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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