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산문을 닫은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던 시대가 역사에 자주 없었던 것도 아니고, 산중의 중이야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인연 따라 맞게 살면 되고, 특별히 삶이 달라질 일도 없지만, 세간의 삶에선 심신이 여러모로 힘들겠다 싶어, 불자들의 안위가 신경 쓰인다. 뭔가 기운을 북돋을 만한 얘길 하고 싶은데, 힘이 될진 모르겠다.
옛날에 한 무사가 시름시름 앓는데, 백약을 써도 낫지 않았다. 부모가 수소문한 끝에 현명하기로 유명한 의원을 집으로 청했다. 무사는 아프기 전 말 타다가 목이 말라 시냇물에서 물을 마신 것 밖에 한 일이 없는데, 그 뒤로 배가 찢기게 아프더니 소화도 안되고 결국 앓아눕게 되었다고 했다. 얼핏 그때 물뱀이 보였는데, 일어서고 보니 흔적도 없는 게, 아무래도 그 때 뱀을 같이 마신 것 같다는 거다. 그 의원이 약을 지어주며 말하길, 이 약을 먹고 변을 보면, 까만 점이 섞여 나올 것입니다. 그건 뱀이 녹았다는 증거입니다, 하였다.
이튿날 무사는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며 의원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며 물었다. 무슨 약재를 쓴 것입니까, 참 신통합니다. 그 의원이 말하길, 무사님이 마셨다는 뱀은 무사님이 쓴 관에 꽂혀있던 꿩의 깃입니다. 시냇물에 비친 그림자를 뱀으로 착각한 것이지요. 그리 믿으니 뱀이 몸에 들어갔을 거라,가 되어 마음에 병이 난 것입니다. 그럴 때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할 것이니, 몸 밖으로 그대로 배출되는 씨앗을 넣어, 뱀이 녹은 것이라 한 것일뿐, 그 약은 그저 몸에 좋은 약재들 입니다, 하였다. 이처럼, 있지도 않은 병을 내가 키우는 일이 사람에겐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게 다 자신의 마음 소관이다. 모르는개 약이라는 말이 그 뜻이다. 알면 병이다. 어찌나 여기저기서 코로나, 코로나 해대는지, 너무 성가셨는데, 티비와 스마트폰을 끄니, 왜 그걸 보고 있었는지 후회될 만큼, 세상 고요하다. 코로나에 민감할 필요 없다. 아무리 유행해도, 유난스레 튀게 살지 않는 한은, 걸리기 어렵다. 괜히 신경 많이 쓰면, 마음의 병이 신체의 병이 될 수 있다.
유난 피우나 일상을 사나, 결과가 같다면, 신경 안 쓰고 편히 산 쪽이 승이다. 이리 말해도, 코로나에 매여 있는 이는, 이 중의 말도 안 믿어질 것이다. 저명한 현대 물리학자 보어가 한 말이 있다. "자연의 사물들은 우리가 인지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일체유심조' 와 다른 얘기 아니다. 병도 그렇다. 마음 먹기 따라, 병이 되기도, 안되기도 하고, 크게도 작게도 되고, 겁나기도, 만만하게도 된다. 코로나에 마음이 걸려 있으면, 없는 뱀을 먹었다고 믿으면 실지로 아프듯이, 일상이 아프다. 사소한 열도, 기침도 겁나고, 이사람 저사람 괜한 의심도 하게 된다. 그 불안은 타인에 대한 화로 변질될 수 있다. 그로인해, 일개 유행성 감기 같은 것이 대대적인 사회 혼란을 야기 시킬 수도 있다. 진짜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무서운 것이다.
어쨌거나, 무상하므로 모든 것은 간다. 영원할 것 같던 과거 모든 유행도 졌다. 마찬가지로 유행병도 진다.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다. 봄꽃 시나브로 지듯이. 그때까지 한발 떨어져 좀 편히 바라볼 수 있었음 한다. 마음을 어디에 둘지, 그것 역시 당신 맘이지만, 치우고 살면, 모르는 새 지나간다. 도,란 병을 안 앓는 것이 아니다.
같은 병을 앓아도, 무상함을 알아, 마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불자답게 이럴 때 공부한 도심을 발휘해 보자. 주어진 대로의 오늘,을 여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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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