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준, 결국 기업어음까지 사들인다

2020-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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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 위기’에 몰린 민간기업 지원, 금융위기 당시의 매입기구 재가동

연준, 결국 기업어음까지 사들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하는 물론 초단기 유동성 공급에 이어 기업어음(CP) 사장에도 유동성을 투입한다. 최근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AP]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기업어음(CP) 시장에도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맞서 기준금리를 파격 인하하고 양적완화(QE)를 재개했지만, 시장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자, 당장 현금 확보가 다급한 기업체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17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어음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CP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은 3개월짜리 달러표시 CP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된다.


CPFF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체의 CP를 사들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된 장치다. 당시 금융권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CP 유동화가 어려워지자, 연준이 대신 유동성을 공급해줬다.

연준은 원칙상 상환위험이 있는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특별권한을 근거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거쳐 CPFF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연준은 밝혔다.

CPFF 산하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CP를 사들이는 간접매입 방식이다. 연준이 직접 신용손실을 입지 않도록, 재무부가 100억달러를 제공한다.

연준으로서는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각종 금융권 신용지원에 이어 CP 매입까지 ‘2008년형 비상카드’를 추가로 꺼낸 셈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CP나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체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연준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통화감독국(OCC)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기업과 가계에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잠정적으로 유동성 규제를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완화를 완화하겠다는 지난 15일 연준 발표의 후속 조치다.

초단기 유동성 공급도 이어갔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오버나이트(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를 5,000억달러 한도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대규모 자금을 초단기 시장에 쏟아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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