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재 연속 보잉...생산감축 불가피하나

2020-03-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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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7맥스 사태이어 코로나19로 다시 위기

▶ 대규모 감원설에 직원들도 촉각 곤두세워

악재 연속 보잉...생산감축 불가피하나

뉴욕 증권거래소 직원이 보잉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AP

워싱턴주 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보잉이 737맥스 추락사고 후유증에 이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항공수요 감소 등 거듭된 악재에다 주가까지 폭락하면서 생산감축과 대량해고 등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유럽 여행금지령을 내리고 세계 각국이 앞다퉈 여행 장벽을 높임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항공 여행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그동안 보잉 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생산감축이 불가피하고 현재 워싱턴주내 7만2,000여명인 종업원 가운데 대규모 감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잉은 이미 지난 2001년 9ㆍ11테러 당시 연간 527대였던 항공기 생산량을 2년 후 281대로 줄이고, 테러 발생 후 3년도 안돼 워싱턴주에서만 무려 2만7,000여명을 감원한 전례가 있다.

이로 인해 이번 737맥스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이 같은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잉의 생산감축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보잉 고객인 대형 항공사들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겪으며 앞다투어 노선을 감축하고 새 항공기 도입을 연기 혹은 중단하고 있다.

지난 13일 델타항공은 추후 수개월간 노선의 40%를 줄이고 항공기 300대의 운항을 중단하며, 새로운 제트기 도입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으로선 9ㆍ11 이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축이다.

아메리칸 항공도 5월 6일까지 국제선 75%, 국내선 30%를 감축을 비롯해 총 149대의 항공기 중 135대의 운항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잉 737과 787의 대형 고객 가운데 하나인 저비용 항공사 노르웨이 항공은 직원 1만1,000명 가운데 절반을 해고했다.


대한항공은 145대 중 100대의 운항을 중지했으며 최고경영자는 내부메모를 통해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더 이상 회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직원들에게 밝혔다.

스칸디나비아의 SAS는 직원의 90%를 해고하고 거의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미국내 각 항공사와 보잉을 비롯한 항공기 관련 업체들은 공적자금 보조와 200만개에 달하는 항공관련 일자리 보호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긴급 협의중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현재 단순한 수요 감소를 넘어 미래의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 분석가 리차드 아볼라피아(Richard Aboulafia)는“항공사들은 앞으로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는 대신 생존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보잉은 이미 올 초부터 이미 코로나19 여파를 겪기 시작했다.

보잉은 올들어 지난 두달 동안 에버렛 등 2개의 공장에서 평균대비 25% 낮은 30대의 비행기를 인도하는데 그쳤다.

최근 787드림라이너가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인도될 준비를 마쳤고, 또 다른 787기는 이스라엘 EL AL항공사에 인도할 준비를 마쳤지만 이 항공사는 현재 모든 노선이 중단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현재 비행기가 조립되더라도 운항할 수 있는 노선이 거의 없으며 현재 조립중인 항공기들의 지연 수송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렌튼 공장의 일부 제트 라인은 맥스 737 운항 중지로 1월 이후 생산중단 상태이고, 앞으로 생산 감축으로 에버렛 공장 생산이 중단되면 아번과 프레데릭슨에 있는 부품 공장 역시 조립할 부품이 없기 때문에 연쇄중단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에버렛 직원 6명과 아번 직원 2명 등 보잉 근로자들이 잇따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공장 가동 일시중단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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