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2020-03-16 (월)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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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이 바흠에게 말했다. ’나는 하루치로 땅을 팝니다. 출발점을 떠나 하루 동안 당신의 발로 밟고 돌아 온 땅이 바로 당신의 땅이 됩니다. 하루 당 가격은 1천 루불 입니다.‘
바흠은 100만 평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달렸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져가고 있었지만 바흠은 ‘조금만 더 가자, 조금만 더 간 후에 돌아가자.’ 라고 중얼거리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더 앞으로 나갈수록 점점 토질이 좋아졌으므로 지금 돌아서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바흠은 마지막 힘을 다해 돌아가야 할 순간임을 알아챘다. 바흠은 젖 먹던 힘을 다하여 내 달려 간신히 출발점에 도착했다. 그 순간이다. 바흠은 가슴의 통증을 느꼈고 쓰러진 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촌장은 쓰러진 바흠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톨스토이의 ‘단편 우화집’ 중에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뱃길은 쉽지 않았다.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후 하산하는 산행처럼 위험했다. 그 위험은 험한 풍랑도 아니고 해적의 위험도 아니다.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세이렌의 유혹의 노래다. 뱃사람치고 세이렌의 유혹의 노래를 듣고 바다에 뛰어내리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세이렌의 유혹의 노래가 들려오는 협곡을 지날 때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준엄하게 명령했다. “돛대에 내 몸을 단단히 묶어라. 밀랍으로 내 귀를 틀어막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라.” 오디세우스는 강인한 절제의 힘으로 세이렌의 치열한 유혹을 돌파하고 무사히 고향 땅을 밟았다.

동면하는 곰에게 좋아하는 사슴살을 코앞에 디밀어 보라.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유혹받지 않는다. 동면하는 곰의 절제력은 놀랍다. 곰은 가을에 먹고 저장한 에너지를 겨울 내내 절도 있게 소비하면서 봄을 차분히 기다린다. 동면하는 곰은 다른 동물보다 몇 배나 오래 산다. 절제와 장수 사이에는 밀접한 함수 관계가 있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말했다. “충동을 조절하지 않으면 충동이 당신의 행동과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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