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위를 오르고 뚫고…푸른 하늘 맞닿은 저 바위봉 향해

2020-03-0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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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Wonderland’ Traverse (중)

바위를 오르고 뚫고…푸른 하늘 맞닿은 저 바위봉 향해

통과가 쉽지 않은 ‘Wonderland’ 구간의 여러 모습.

바위를 오르고 뚫고…푸른 하늘 맞닿은 저 바위봉 향해

통과가 쉽지 않은 ‘Wonderland’ 구간의 여러 모습.


바위를 오르고 뚫고…푸른 하늘 맞닿은 저 바위봉 향해

통과가 쉽지 않은 ‘Wonderland’ 구간의 여러 모습.


바위를 오르고 뚫고…푸른 하늘 맞닿은 저 바위봉 향해

통과가 쉽지 않은 ‘Wonderland’ 구간의 여러 모습.



산행당일 새벽 4시에 LA한인타운의 우리 집 앞에서 한국인 다섯 멤버들이 만난다. 중간에 다시 Pomona에서 Alex, Nahid를 만나 함께 JTNP의 Indian Cove Campground에 도착한다. 다시 차 1대를 산행종료 예정지인 Rattlesnake Canyon Trailhead에 가져다 놓고, Indian Cove Campground로 돌아와서, 남4, 여3의 일행 7인이 함께 등산에 나선다(07:45).

진행방향을 서북쪽으로 잡고 등산로가 아닌 황량한 사막땅을 밟으며 Mt. Mel을 목표로 나아간다. 평평한 모래흙이 걷기에 편하다. Creosote, Cat’s Claw Acacia가 특별히 눈에 띄고, 이따금 Teddy Bear Cholla Cactus가 길을 막는다. 어찌보면 이 JTNP은 Park 전체가 ‘Wonderland’라고 할 만하다. 대체로 굴곡이 별로 없이 거의 평지에 가까운 넓은 대지 위에 여기 저기 크고 작은 바위봉 또는 바위무지들이 들쑥날쑥 솟아 있고 또 이어지고 있다. 마치 넓고 잔잔한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띄엄띄엄 솟아나 있는 격이고, 우리들의 행보는 이 바위섬들을 자연스레 비끼며 수면 위를 나아가는 작은 일엽편주에 비유할 수 있겠다.


Inselbergs라 부를 수 있을 바위봉 하나하나가 그 형태나 크기가 모두 제각기 다 다르면서도, 또 나름대로 그 둥글둥글 몽실몽실 부풀어 오른 비누거품이나 포도송이를 연상시킬 만큼 극단적인 절리 및 풍화의 과정을 겪었다는 면에서는 동일성과 공통성을 지닌 모습이다. 결국, 숱한 바위봉들이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모두가 완전히 동일한 모습이라고, 극히 모순된 표현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지역은 우리 Sierra Club의 WTC에서 독도법의 학습 및 시험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도 한데, 이 일대를 지나며 2개의 설명판을 보게 된다. ‘아주 운 좋게도 멸종위기에 있는 사막거북( Desert Tortoise )을 보게 된다면, 조용히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으나, 이 거북이를 일체 건드리지는 말아달라’는 내용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큰 들쥐(Packrat)가 자기 굴에 모아놓은 이 덤불더미는, 쥐들이 자기 오줌으로 방부처리를 하였기에 최대 50,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전의 식물들이며, 따라서 인류학자, 고생물학자, 고생태학자들에게는 아주 귀중한 유물임’을 밝혀 준다.

산행에 나선지 약 15분쯤이 지나면서 지면의 굴곡이 다소 심해지는 바위지대에 들어선다. 리더인 제이슨과 써니가 앞장을 서서, 계속 서북쪽을 향하되, 바위들을 우회하며 나아간다. 이어서 주변에 바위봉들이 더욱 많아지는 지대에 들어선다. 많은 바위봉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저만큼 앞으로 영락없이 피라밋을 닮은 삼각형의 암봉이 보인다. Sierra Club의 LPS Peak인 Mt. Mel(3814’)인데, 아마도 ‘Inselbergs’의 하나일 것이다.

이집트 Giza에 있는 Pyramid들이 커다란 돌덩이들로 이루어졌다지만, 이 봉우리 역시 주로 무정형의 크고 작은 바위덩이들이 쌓여있어, 전체적으로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그리 어렵진 않다. 정상에 올라 등록부에 이름을 올리고, 다함께 등정사진을 찍는다(08:35). 우리보다 5일 앞서서 3인이 올랐고, 10일 앞서서 2인이 오른 것으로 씌여 있다. 이런 기록으로 보면 사람들이 그런대로 꽤 자주 찾아 오르는 봉우린가 보다. 주변에는 온통 그만그만한 바위덩이 봉들인데, 저만큼의 서쪽에는 군계일학인 Mt. San Gorgonio(11,503’)가 하얀 눈을 이고 있다.

하산하여 거의 동일방향으로 20여분을 걸으니, Gully형태의 모래길인 Boy Scout Trail을 만난다(09:05). 셀수없이 많은 발자욱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면, 꽤 통행이 많은 등산로이겠다. Gully 양편으로 제법 협곡같은 지형이 전개된다. 모래길 위에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지가 있다(09:14). 길이 이제는 Gully를 벗어나 왼쪽의 산줄기로 올라간다(09:39). 여기서 부터는 지형이 수시로 변화하지만 등산로가 확연하므로 그저 이를 따르면 된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직사각형의 옛 시멘트 구조물을 지난다(10:07). 곧이어 지도가 그려져 있는 Trail 안내판을 만난다(10:09). 우리가 오늘 거쳐야 하는 Willow Hole Trail Junction까지 2.6마일 남았음을 알려준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또 하나의 안내판을 본다. 우리는 계속 Boy Scout Trail을 따라 남쪽으로 간다.

정상에 이르는 능선이, 왼쪽은 짧아 가파르고, 오른쪽은 길어 완만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길 왼쪽에 나타난다(10:18). 또 하나의 LPS Peak이고 ‘Inselbergs’일 Keys Peak(4483’)이다. ‘참새 방앗간’격으로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니, 제이슨을 따라 일행 모두가 역시 크고 작은 바위들을 오르내린 끝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올라선다(10:35).

Mt. Mel에 비해 전망이 한결 넓다. 발아래로 멀리 Hiker 2인이 Boy Scout Trail을 지나고 있는 정경이 보여 반갑다. 서남쪽에 솟아있는 Mt. San Gorgonio는 물론 그 왼쪽으로 보이는 Mt. San Jacinto(10,834’) 역시 하얀 설산의 자태이다. 지상의 속된 기운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영봉임을 그들 스스로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한인2세 아가씨 Anne이 정상에서 펼치는 등정 세리머니가 귀엽다. ‘야호!’ 와 동시에, 빠르게 몸을 날려 공중제비를 넘는 동작에서 철철 흘러 넘치는 젊은이다운 발랄과 순수가 마냥 신선하고도 부럽다.


정상에서 아래 경관을 찬찬히 굽어보니 주변 경관이 매우 특이하다. 가을의 드넓은 벌판에 부지런한 농부들이 드문드문 쌓아놓은 볏짚더미가 연상되기도 하고, 사진으로 본 달나라의 월면이 실제로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동편으로 펼쳐져 있는 들쑥날쑥한 암능선 지대는 오늘 우리들이 횡단하려는 ‘Wonderland of Rocks’이겠고 그 한참 뒤로 있는 거므스름하고 높직한 산줄기는 아마도 Queen Mountain(5,680’)에서 벋어내리는 산의 맥박이고 기운이겠다.

갈길이 아직 멀고, ‘Wonderland’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을 고려하여, 하산을 서두른다(10:45). 산 아래에 다 내려오니 5인의 Hiker가 주변의 바위에 앉아 있다. 산을 오르려는 것이 아니고 Boy Scout 길을 지나가다가 잠시 쉬어가는 정황이다.
(3월13일자에 계속)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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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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