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벽화훼손 책임, 벨뷰칼리지 총장 해고된다

2020-03-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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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벽화 훼손 사태로…부총장 해고여부도 조만간 결정

▶ ‘Never Again Is Now’문구 임의 변경

벽화훼손 책임, 벨뷰칼리지 총장 해고된다
일본계 미국인 벽화를 임의로 조작하고 훼손해 물의가 빚어진데 대한 책임을 물어 워싱턴주 최대 커뮤니티 칼리지인 벨뷰 칼리지 총장과 부총장이 해고된다.

벨뷰 칼리지 이사회는 캠퍼스 벽화 훼손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제리 웨버(Jerry Weber) 총장과 게일 바게(Gayle Barge) 부총장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정해졌지만 총장과 부총장에 대한 최종 결정은 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벨뷰 칼리지는 2주 전 일본계 작가인 에린 시카게가 그린 캠퍼스 벽화‘Never Again Is Now’설치 과정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문구 일부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벽화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일본계 미국인의 투옥을 승인하는 ‘행정명령 9066’에 서명한 날을 추모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있는 2명의 일본계 미국인 어린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본인 이민자와 벨뷰와의 연결을 뜻하는 한 문장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트 사이드의 사업가 밀러 프리먼 등이 주도한 수십 년간의 반일운동 끝에 벨뷰의 60가족(300명)을 포함한 일본계 미국인들이 감금됐다”는 문장이 없어진 것이다.

삭제됐던 문장에 언급된 밀러 프리먼은 반일 연맹을 결성하고 1942년 시애틀 데일리 타임스에 일본계 미국인이 태평양 연안의 일본 식민지화를 위해 미국에 왔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1955년에 사망한 그는 벨뷰 스퀘어를 건설한 켐퍼 프리만의 아버지이며 벨뷰 컬렉션 소유주인 켐퍼 개발사 창업자 켐퍼 프리먼 주니어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문구 삭제 사실이 알려지자 작가 에린 시카게를 비롯해 일본계 미국인연맹 시애틀 지부 등은 학교 측에 강력하게 항의해왔으며 지역언론이 이를 심층 보도하며 비난이 확산됐었다.


학교 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삭제됐던 문구를 다시 삽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문구 삭제를 주도한 당사자인 바게 부총장은 1주일 전부터 휴직상태로 학교에 출근하지 않으며 최근 공식 사과의사를 밝혔었다.

벨뷰 칼리지 이사회 리차드 후쿠타키 의장은 “미술작품을 훼손한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행위”라며 “지역적, 사회적, 국가적으로 우리 대학의 신뢰도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후쿠타키 의장은 “문구 삭제는 부총장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시킨 것으로 믿는다”며 “현재 경위를 면밀히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내에는 보안카메라가 없어 현장에서 언제 누가 삭제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벨뷰 칼리지에는 모두 2만9,120명의 학생과 1,500여명의 교직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 20%는 아시안이나 태평양계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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