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한인사회 ‘패닉상태’ 빠졌다

2020-03-02 (월)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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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사이 확인안된 소문으로 불안감 더 커져

▶ 각종 행사나 모임 취소, 새벽기도도 중단돼

시애틀지역 한인사회가 지난 주말 동안 그야말로 ‘코로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워싱턴주 보건당국이 지난 28일 밤 한국 대구를 다녀온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처음 발표된 데 이어 다음날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한국을 다녀온 여성이 한인이라는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 같은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나 가짜 뉴스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시애틀지역 한인들의 불안과 혼란을 부채질했다.


우선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퍼졌던 소문은 “시애틀지역 대형 한인마켓 여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더욱 확대돼 “한인마켓 여직원이 사망했다”, “확진된 한인마켓 여직원이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한인사회에 크게 전파됐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이 발표했던 ‘킹 카운티 50대 여성’은 페더럴웨이에 거주하는 한인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해당 한인마켓측도 “우리는 가족이 한국을 다녀온 경우에도 해당 직원에 대해 3주간 출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인 재학생이 많이 다니는 밀크릭의 헨리 잭슨 고교에서 확진자로 판명이 난 학생이 ‘한인 학생’이란 소문도 떠돌았지만 확인결과, 흑인 혼혈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인사회에서도 예정돼 있던 행사나 모임도 줄줄이 취소됐다.

페더럴웨이 한인회(회장 김영민ㆍ이사장 오시은)는 오는 3월7일로 예정돼 있던 취임식을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페더럴웨이 한인회는 “다중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기로 함에 따라 3ㆍ1절 101주년 기념식에 이어 취임식 및 창립 11주년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서울대동문회 시니어클럽이 매달 개최하고 있는 SNU포럼 3월 14일 행사도 취소하기로 했다. 워싱턴주 이화여대 동문회도 계획하고 있던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해왔던 코너스톤 클리닉(대표 변재준 박사)도 1일부터 페더럴웨이 클리닉은 물론 시애틀 형제교회에서 열리는 북쪽 클리닉도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시애틀지역 한인교회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애틀한인기독교회 연합회도 지난 주말 자체적인 지침을 마련, 회원 교회들이 이를 따르도록 권장했다.

연합회는 우선 한국을 비롯해 중국ㆍ일본 등 위험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교우나 그곳을 다녀온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던 교우들은 교회를 나오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를 피하시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30초 이상 손을 씻고,씻을 장소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에는 휴대용 손세정제를 가지고 다녀달라고 권장했다.
연합회는 “불안한 마음에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마시고 교회의 지시를 따라달라”고 권장했다.

지난 휴일인 1일 시애틀지역 대부분 한인교회에는 절반 가까운 성도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주일 예배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애틀 형제교회를 비롯해 대부분의 한인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제외한 새벽기도와 구역 모임, 한국학교 등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주말에 열린 통합한국학교에도 한인 학생들이 절반 가까이 등교하지 않은 가운데 개별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국학교뿐 아니라 시애틀ㆍ벨뷰ㆍ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도 사태 추이를 보면서 이번 주말부터 임시 휴교를 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있던 한인들의 여행도 잇따라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 R씨는 “이번 주에 플로리다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지만 공항 등 이용이 위험할 수 있어 취소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달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K씨도 “한국 자체도 위험하지만 한국을 갔다 미국에 들어올 수 없을 수도 있어 금전적 손실을 보면서도 한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수잔 시애틀한인회장은 임원과 이사 및 언론사에 호소문을 보내 “시애틀 지역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상기한 뒤 “이제 코로나19로 우리 한인사회도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당분간 여럿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혼자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도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의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사는 눈인사로 하고, 소매로 입 막고 기침을 하며, 특별히 손 자주 씻기 등등 최선을 다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자고 호소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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