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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테드’가 된 환산 스님 책 통해 ‘참선’의 묘미 소개

2020-01-09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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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테드’가 된 환산 스님 책 통해 ‘참선’의 묘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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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설 즈음,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 김용 총재는 제3국 출장길에 인천공항을 경유한다. 환승대기 중 대학동문인 인천 용화선원 환산 스님을 만나 참선에 대해 화두에 대해 활구에 대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뉴욕태생 환산 스님, 북가주의 덕송 거사와 대승월 보살의 아들이다. 속명은 테오도르(테드) 준 박.

하버드대에서 철학/종교학을, 뉴욕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공부밖에 모르는 너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열 살 무렵부터 “왜 사는 걸까. 왜 태어났을까. 우리는 왜 고통을 받을까.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까” 등 의문을 품었다, 고교시절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Siddhartha)>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

그런 그가, 성인이 되도록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낯선 이들에게 두려움까지 느끼곤 했다는 그가, 대학시절 한국에 10년 묵언을 한 선지식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하버드대 졸업후 한국행. 22세 청년 테드는 용화선원을 찾아 송담 선사 앞에 엎드린다.


“...묵언수행을 통해 무엇을 깨달으셨나요?”

“...말이나 개념으로 전달할 수는 없네...깨달음을 얻도록 참선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뿐...진심을 다해 참선수행을 한다면 자네 역시...”

그는 “가슴 깊은 곳을 세게 얻어맞은 듯...그 길을 걷는 것이 내 인생을 걸고 해보고 싶은 일”이라 생각했다 한다. 송담 선사의 제자가 되리란 결심은 3년 뒤 이뤄진다(1990년 출가). 2003년부터 15년간 늘 스승 곁을 지키는 시자소임을 맡았다. 용화선원 국제참선 지도법사, 불교TV 참선지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등을 맡아 더욱 바빠졌다. 해외에도 그를 찾는 곳이 많았다. 2015년 9월에는 UC버클리, 페이스북, 팔로알토군인병원 등 북가주 순회특강도 했다.

이태 전 그가 승복을 벗었다. “내가 유지하고 지켜야하는 본질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절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선의 세계는 떠나지 않았다. 지난 연말 그가 참선에 관한 책 두 권(참선1, 참선2)을 냈다. 1권에는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 2권에는 “다시 나에게 돌아가는 길”이란 부제가 붙었다. 당초 은사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주로 썼다가 출판사 권고로 자전적 내용을 많이 곁들였다 한다.

그에게 참선은 무엇일까. “마음이 속상한 순간...즉시 대처해 맑은 정신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참선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참선을 하면 내면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시 ‘테드’가 된 환산 스님 책 통해 ‘참선’의 묘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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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하고는 싶은데 잘 안되니 속상한다거나 그래서 안하게 된다는 이들에게 그는 큰 용기를 주는 말을 남겼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부처님도 처음에는 부처님처럼 참선하지 못했을 거다...초심자는 참선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참선이다. 일단 하려는 노력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해보길 바란다. 참선에는 성공이나 실패가 없다.”

권두에는 효심을 담아 부모의 메시지를 실었다. 김용 총재는 이런 추천사를 썼다. “...20년 전에 ‘테드’에게 참선을 배우고 난 후 한결같이 실천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조언에 따라 일상에 참선을 적용한다면 독자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준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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