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격 다른 네 자매 성장통…원작 확 바꾼 리메이크

2019-1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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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작은 아씨들’ (Little Woman) ★★★ (5개 만점)

▶ 엠마 왓슨·시어샤 로난 등 출연, 여류감독 그레타 거윅의 야심작…비평가 찬사 불구 기대 못 미쳐

성격 다른 네 자매 성장통…원작 확 바꾼 리메이크

마치네 4명의 자매들. 왼쪽서 세번째가 원작의 작가 루이사 메이 알콧의 다른 자신인 조 역의 시어샤 로난.

조지 큐커가 감독하고 캐서린 헵번이 주연한 1933년 판과 1949년에 머빈 르로이 감독이 연출하고 준 앨리슨과 어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온 것을 비롯해 그 동안 여러 차례 영화와 TV 작품으로 만들어진 미 여류작가 루이사 메이 알콧의 소설을 젊은 여류 감독이자 배우인 그레타 거윅이 원작을 환골탈태하다시피해 새롭게 각색했다.

촬영과 의상과 세트 등이 화려하고 마치일가의 네 자매로 나온 배우들 중 한 두어 명은 볼만한 연기를 하지만 영화가 쓸데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해 혼란스럽기 짝이 없고 감정이 결여된 소란스런 작품이다. 거윅의 야심이 지나쳐 야단스런 화장을 한 여자 같은 영화가 됐다.

남북전쟁 전후의 미 북동부에 사는 마치일가의 네 자매의 성장통과 자매애 그리고 그들의 희망과 사랑과 라이벌 의식 등을 질서정연하게 묘사하는 대신에 지나치게 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이 안 간다. 그러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2020년도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시어샤 로난-드라마부문)과 음악상 후보작.


마치 가족의 아버지(밥 오오덴커크)는 전쟁에 나갔고 집에는 어머니 마미(로라 던)와 네 명의 딸이 살고 있다. 첫째인 멕(엠마 왓슨)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야 하는 문제에 고심하고 둘째 조(시어샤 로난)는 자유롭고 정열적인 딸로 창조적인 생각을 글을 통해 표현하는 지닌 작가 지망생. 작품의 주인공은 알콧의 다른 자신인 조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셋째 베스(엘리자베스 스캔른)는 소심해 다른 딸들과 달리 사회생활에 무관심하고 능동적인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는 빨리 어른이 되고파 몸살이 났다. 이들의 이웃에 사는 조용하고 고독한 청년 로리(티모데 샬라메)는 마치네 딸들에게 관심을 가졌는데 특히 조를 좋아한다.

그런데 영화는 전반부에서 느닷없이 시간대를 훌쩍 뛰어넘어 장소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바뀌면서 고모(메릴 스트립)와 함께 여행 온 에이미가 역시 유럽에 온 로리를 만난다. 로리는 조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거절당해 상심에 빠져 있는데 이런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자주 반복되면서 서술의 일관성을 잃는다.

따라서 보는 사람을 당황케 만드는데 거윅의 작품을 과거 다른 영화들과 다른 획기적인 것을 만들겠다는 과욕의 소치다. 이로 인해 인물들과 얘기에 대한 집중력이 산만해지면서 네 자매들 중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까이 접근하게 되질 않는다.

네 자매 중 본능적인 로난과 반항적인 퓨의 연기가 돋보인다. 샬라메와 왓슨은 제대로 잘 된 배역도 아닌데 특히 왓슨은 소모품이 되다시피 했다. 역시 로난이 나온 ‘레이디 버드’를 연출한 거윅은 재주가 있는 감독인데 이번 작품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PG 등급. 상영시간 2시간 15분. Sony.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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