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대출에도 버젓이 존재하는 인종차별

2019-11-28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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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라틴계 매년 이자 비용 수백만 달러 더 지출

주택 대출에도 버젓이 존재하는 인종차별

주택 대출 시장에서 인종 차별적 편향성이 공공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P]

주택 대출에도 버젓이 존재하는 인종차별

흑인과 라틴계 대출자에게 높은 이자율과 수수료과 부과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AP]



주택 대출 시장에서 인종 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대출 기관에 의해 인종 차별적인 대출 심사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택 대출 시장 인종 차별 실태와 관련 UC 버클리가 최근 실시한 분석 결과를 CBS 뉴스가 보도했다.

▲ 흑인, 라틴계 높은 이자율 차별 피해


UC 버클리 조사팀이 30년 고정 모기지 대출을 받은 약 700만 명의 대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종 차별적 편향성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흔한 편향성은 동등한 대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인종 대출자에게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흑인과 라틴계 대출자에게는 백인보다 약 0.08%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흑인과 라틴계에게 부과된 재융자 수수료 역시 백인 대출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인종 차별적 편향성은 모기지 대출 기관 담당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의 대출 신청 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보편화 추세인 인터넷 또는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대출 신청의 경우 소수 인종에 대한 편향성이 조금 덜 했지만 여전히 존재했다. “얼굴을 대하지 않는 온라인 방식의 대출 신청이 편향성을 제거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렇지 못하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08년과 2015년 사이 라틴계와 흑인 대출자들은 약 0.1%포인트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아 해마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더 지불했다. 낸시 월러스 UC 버클리 연구원은 “42만 9,000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는 흑인 주택 구입자는 만기까지 약 640달러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더 내야 하는 셈”이라며 “1인당 연간 약 20달러에 달하는 비용이지만 흑인 및 라틴계 대출자 전부를 고려하면 연간 약 7억 6,500만 달러의 금액에 달한다”라고 CBS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인종 조건 배제하면 승인률↑

소수 인종 대출자에 대한 인종 차별적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수 인종 대출자들은 동등한 대출 자격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각률이 적용되는 등 공공연하게 차별을 받아왔다. UC 버클리의 조사에서 2008년과 2015년 사이 모기지 대출 기관을 통한 직접 대출 신청에서 대출이 기각된 흑인과 라틴계 대출자는 약 130만 명.

조사팀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대출 자격을 갖춘 대출자들로 인종 자료를 제외하고 소득과 크레딧 점수만으로 대출을 심사했을 경우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팀은 “인종 차별적 편향성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흑인과 라틴계 대출자들이 여러 대출 기관을 통해 대출을 문의하지 않는 것이 불이익을 당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온라인 대출도 마찬가지


UC 버클리 조사팀은 대출 기관을 통한 직접 신청 시 나타나는 인종 차별적 편향성이 온라인 대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규모 온라인 대출 기관 ‘렌딩 트리’(Lending Tree)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흑인의 대출 기각률은 약 17.4%로 가장 높았고 백인은 약 7.9%로 가장 낮았다. 흑인과 라틴계 대출 기각률은 2004년 이후 전 인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사에는 약 2,100개에 달하는 대출 기관의 자료가 포함됐고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대출 기관은 온라인 또는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대출 신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 모기지 대출 발급 규모 1위를 기록한 ‘퀴큰 론스’(Quicken Loans) 산하 ‘로켓 모기지’(Rocket Mortgage)의 레지스 하디아리스 부대표는 “대출 심사 조건에 인종 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대출자의 크레딧 점수, 소득, 자산, LTV, DTI 등이 주요 심사 조건”이라고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로켓 모기지 측은 “연방 공정 거래법에 의해 대출자의 인종과 관련된 질문이 있다”라며 “그러나 대출자의 약 3분의 1은 자신의 결정에 따라 인종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 과거 데이타 편향성 그대로 반영

온라인 대출 프로그램은 대부분 인공 지능 알고리듬과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기계 학습 시스템의 경우 프로그램이 입력한 방대한 데이타를 바탕으로 신규 입력되는 정보에 대한 반응을 산출한다. 뉴욕 대학의 사라 마이어스 웨스트 인공 지능 기술 전문가는 “이미 입력된 과거 자료를 통해 미래 데이타에 대한 예측을 도출하는 방식”이라며 “인종 차별적 편향성을 지닌 과거 모기지 대출 데이타를 통한 온라인 대출 심사에서도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라고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인공 지능 기술의 차별적 편향성 문제는 최근 크레딧 카드 심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닝액과 ‘베이스 캠프’의 수석 기술 책임자 데이빗 하인 마이어는 자신의 부인들이 골드만삭스의 애플 카드 신청 시 자신과 비슷한 크레딧 점수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크레딧 한도를 제시받았다며 지적했다.

웨스트 인공 지능 전문가는 “인공 지능과 기계 학습 기술이 객관적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과거 편향성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UC 버클리의 조사에서 온라인 대출 시 인종 차별적 편향성이 그나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대출 신청에서 유색 인종이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을 확률은 약 40% 낮았고 소수 인종의 대출 기각률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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