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숲 속의 방

2019-11-21 (목) 07:50:43 이슬기 /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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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걸 어둠이라 생각하고
먼 길을 떠났어요
비단길에 세워놓은
모래성도 버리고
지녔던 작은 가시랑
꽃들을 버리고
마음을 가로 지르던
겨울새 떠나고 나면
눈물
파란만장하던 눈물의 묘약이 감추던
그 방에 이르게 된다지요
우린 그걸 새로운 탄생
위대한 탄생이라 생각하고
처음에 탯줄을 이어주던
어머니의 방으로 가자고 생각했지요
그 방의 푸른 향기
보다 원초적인 푸른 향기를 품을 수 있다면
겨울
서슬 퍼런 바람의 그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눈물의 묘약이 감추던
그 방에 이르게 된다지요

<이슬기 /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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