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된 성경 박물관이 2년전에 개관했다. 내셔널 몰 가까이 있는 이 박물관은 건평 430,000 스퀘어 피트에 약 5억불을 들여 완공되었는데, 하비 라비(Hobby Lobby)라는 성경적 원칙으로 경영되는 회사에서 건립기금의 대부분을 기부해서 지어진 박물관이다. 언젠가 방문하려고 벼르던 중 최근에 메릴랜드 상록회 회원들과 같이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다양한 성경의 전시, 성경에 얽힌 이야기, 성경의 역사, 성경이 인류에 미친 영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경을 위시하여 17세기에 터키에서 출판된 복음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읽었던 성경,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와 전설적 야구선수 베이비 루스의 개인 소장 성경, 또한 수많은 토라 스크롤 등 총 40,000여개의 품목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성경이 노예제도 폐지, 시민 인권 운동 등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도 전시되어 있다. 자세히 관람하려면 며칠은 걸려야 할 만큼 전시품이 방대하다.
성경 박물관을 돌아보며 거액을 기부해 이 박물관 건립을 가능하게 한 하비 라비라는 회사가 궁금하던 중, 마침 ‘목적있는 삶’이라는 책의 저자 릭 워렌 목사의 설교중에 하비 라비의 창시자 데이비드 그린씨와의 대담을 듣게 되었다. 철저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린씨는 이 분을 제외한 다섯 형제가 모두 목사 아니면 선교사라 하는데, 유독 자기만 사업가가 되었고, 차고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이제 수십억불의 자산을 가진 회사가 되었다. 회사는 철저하게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되며, 그는 직원들이 회사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을 가족처럼 섬긴다고 강조한다. 그가 쓴 책 “Give it all the way and Getting it all back again - The way of living generously”에서 누차 말했듯이,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는 하나님께 빌려서 다만 물질을 관리하는 청지기일 뿐이라고 철저히 믿는 이 분은,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 주신 예수처럼 우리도 남에게 관대하게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회사 수익의 50%는 자선단체 등 사회에 환원하며, 직원들을 위해 일요일에는 이 회사가 운영하는 모든 상점을 닫고, 누구도 일주일에 66시간 이상은 근무를 안 시키며, 최저 임금 또한 법적 기준보다 훨씬 높은 시간당 15불 70전(2017년 기준)이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기독교적 윤리위에 회사를 운영하기에 종교의 자유를 고수하는 문제로 법정투쟁을 한 적이 있는데 결국 그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고, 그 법정투쟁으로 하루에 130만불씩 손해를 보았으며, 패소하면 회사가 도산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원칙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은 승소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었다. 이 분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신앙은 무엇을 얼마나 이루어냈는가의 문제 보다는, 얼마나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성경적 원칙대로 사느냐 하는 삶의 태도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이 분과 같이 철저한 청지기의 삶의 태도, 다시 말해 각종 과실을 맺는 나무는 하나님이 심어놓은 것이고, 우리는 다만 그 나무의 열매를 따 먹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긴다면 우리는 좀 더 물질에 자유하고 관대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성경말씀에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잠언 11:24)는 구절이 새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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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 약물학 박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