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린이

2019-11-05 (화)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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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어릴 적부터 인간과 떨어져 야생에서 자라다가 구조된 “늑대아이”를 생각해 보라. 
7∼8세 이후에 구조되어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해도 말을 못한다. 말을 배우기에는 이미 늦어 버린 것이다. 가족과 인간사회의 다양한 상호작용 없이는 말을 배울 수가 없다. 

언어발달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실은 상당한 노력과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어릴 때 집에서 한국말만 하다가, 학교에 들어가서 영어를 새로 배우게 되는 우리의 자녀들을 생각해 보자. 이런 어린이들을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 어린이(Korean-English Bilingual Children)’라고 부른다. 이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미국과 호주 등 이민국의 인구분포를 보면,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에서 온 이민자들과 달리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학교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이중언어 이론과 연구 혹은 경험 사례들은 대개 스페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이론과 사례들이 한국계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이해하고 우리 아이들의 언어교육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또박또박 말해주기
한국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보면 언어발달 전반적인 면에서는 영어만 쓰는 어린이들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낱개의 소리를 살펴볼 때, 영어에는 있는 소리가 한국어에는 없다던가(예: J, W), 복음(예: ㄲ,ㄸ)처럼 한국어에만 있는 소리가 있고 또한 한국어에서는 자음과 모음이 철저히 지켜지지만, 영어는 자음으로만 소리가 나는 경우(예: student의 “s”소리) 가 있기 때문에, 어떤 말이던지 아이들에게는 또박또박 말해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에게 말할 때 어린애의 말소리를 흉내내는 baby talk도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다.   

둘째, 문장으로 말해주기.
한국어와 영어는 순서가 매우 다르다. 말과 문장 뿐만이 아니라, 문단이나 작문 순서까지도 다른 면이 있다. 복잡한 문장으로 갈수록 순서는 더욱 복잡해지므로 이는 어린이들의 사고체계 발달과도 관련되는 중요한 점이다. 그러므로 어릴 적부터 어느 언어든지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시키기 보다, 부모님들 스스로 올바른 문장으로 말하며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한 유치원이나 1학년 정도의 나이에는, 가르치고 싶은 단어들을 순서대로 맞추며 문장 만들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어휘력 높여주기 
한국어 이중언어 어린이들에게는발 달단계에 맞는 표준 단어수가 다른 또래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언제부터 제2 언어를 준비해 줘야하는가에는 아직 정답이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모국어가 발달을 한 후에 영어를 함께 도와 주는 것도 잘못된 방법이 아니다. 즉, 4∼5세 정도부터는 학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색깔이나 숫자 등의 영어 단어들을 한국어와 함께 가르쳐 주는 것도 좋다.

물론 책을 자주 읽어주며, 어딜 가던지 그곳에서 보는 사물들의 이름을 영어와 한국어로 말해보는 것도 어휘력에 도움을 준다.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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