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도 다 가고 11월의 요즈음,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즐기는 취미를 갖게 된다. 운동을 한다든지 독서, 음악등등 여러가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된다. 선선한 가을이 돌아올때면 보드러운 털실을 만지며 자기가 뜨고 싶은 것을 뜨는 취미는 무엇과도 비길 수없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모든 복잡한 일들을 잊고 한줄한줄 떠내려가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가끔 창밖을 내다보면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을 즐기면서 가을을 만끽하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나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 주셨다.
편찮은 몸을 기대어 앉으셔서 뜨게질을 하시던 모습, 또한 봄이 돌아 올 때면 재봉틀 앞에 앉으셔서 나의 예쁜 원피스를 만드시느라 바느질 하시던 여러가지의 추억이 나로 하여금 어머니를 닮아가려는 내 마음속에서 길잡이를 해 주었다. 열 마디 말씀보다도 더 귀한 교훈이며, 어머니가 가정을 어떻게 꾸려가셨는지 어머니와의 추억속에서 그 길을 따라가려고 나 자신이 더듬더듬 그 길을 짚으며 간다.
그래서인지 나는 뜨게질을 무척 좋아한다. 잘하든 못하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즐기는 것이다. 내 마음을 편안히 만들고자 하는 습관이며 또한 나를 다스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에 와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토요일 오후에는 다른 날 보다 좀 일찍 집에 들어가 쉬라고 남편이 권할 때는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즐겨 찾는 곳이 있었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몰안에 있는 털실파는 상점에 들리곤 했다.
가지 각색의 털실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을 골라 몇 뭉치만 사들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며 하루종일 쌓인 피로를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시니어가 되고 보니 이곳 저곳에서 건강을 챙겨주는 강의를 많이 듣고 보게된다.
나의 경험으로는 뜨게질을 권하고 싶다.
뜨게질을 하노라면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오직 손놀림과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리 나이에는 좋은 운동이라 본다.
은퇴를 한 후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으므로 하루 해가 너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점점 길어지다보면 건강에도 좋지 않고 지루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러므로 좀더 노력해서 뜨게질을 배운다면 외롭지도 않고 즐거운 인생을 보낼 것이다.
처음부터 큰 작품을 만들려고 스트레스를 받지말고 자기 능력을 보아서 목도리, 모자 등등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 보다는 작은 작품을 만들어 결과를 보는 것이 더욱 즐겁고 좋을 것이다.
창밖을 내다 보니 어느덧 멀리 떠날 준비가 된 듯 나뭇잎 색깔이 변해간다.
얼마남지 않은 우리 인생을 어떻게 즐겁고 보람된 날 들을 보낼 수있을까 하고 순간순간 생각해 본다.
금년 겨울은 무척 춥다고 하는데 따뜻한 모자를 떠서 쓰는 것이 좋을 것같아 뜨게질 바늘과 털실을 골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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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 포토맥 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