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인 “핼로윈 행사 즐겨도 괜찮다”

2019-10-31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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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 “재미 삼아 즐기는 날”, 41% “이교도 행사 참여 안해”

▶ ‘리버스 트릭 오어 트릿’ 등 복음전파 기회로 활용 늘어

기독교인 “핼로윈 행사 즐겨도 괜찮다”

아이들이 핼로윈 데이 분장을 하고 사탕을 고르는 모습. [AP]

오늘은 유럽 켈트족의 명절에서 기원한 핼로윈 데이다. 켈트족 달력에 의하면 섣달그뭄 날에 해당하는 오늘 켈트족은 그해 수확을 감사하고 풍성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밤이 되면 악령과 악마를 몰아내기 위한 의식을 올렸다고 한다. 이 같은 핼로윈 데이의 기원이 지금까지 전해져 이제는 마치 전 세계적인 축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저녁해가 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귀신과 유령 복장을 하고 삼삼오오 떼를 지어 이웃집을 방문, 마치 자신이 악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해마다 핼로윈 데이만 되면 어린 자녀를 둔 기독교인 가정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이 핼로윈 데이 행사나 놀이에 참석을 원한다면 무턱대고 반대 또는 허락하기보다는 기원을 설명해주고 참석 의사를 한 번 더 물어보는 것도 좋다.

핼로윈 데이는 기원전 약 500년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 ‘삼하인’ 축제에서 유래한다. 1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기념하는 켈트족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던 것이 핼로윈 데이의 유래다. 이후 영국 청교도인들의 미국 이주와 함께 핼로윈 데이 풍습도 미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유입됐고 지금까지도 미국 전역에 걸쳐 성대한 파티처럼 즐겨지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핼로윈 데이가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며 배척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독교 출판업체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2015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약 54%에 해당하는 기독교인들이 핼로윈 데이를 반감 없이 그저 재미 삼아 즐기는 날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핼로윈 데이를 이교도 행사라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독교인 비율은 약 41%에 불과했다.

창조과학단체 ‘AiG’(Answers in Genesis)의 켄 햄 전 회장은 핼로윈 데이를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어린 자녀들이 이웃에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경험으로 삼아 주도록 하면 좋다고 제시한 바 있다.

햄 전 회장은 “핼로윈 데이를 복음 전파 기회로 인식하는 기독교인이 늘고 있다”라며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자녀들의 핼로윈 데이 참석 결정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과거 가스펠 헤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햄 전 회장에 따르면 일반적인 핼로윈 데이 행사를 크리스천 버전으로 변형해 실시하는 교회가 최근 늘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가 ‘리버스 트릭 오어 트릿’(Reverse Trick or Treat) 행사다. 리버스 트릭 오어 트릿 행사는 기독교인들이 기괴하지 않은 복장을 입고 이웃집을 방문해 사탕을 요청하는 대신 집에서 직접 구운 쿠키 등을 성경 구절이 적힌 인쇄물과 함께 나눠주는 행사다.

햄 전 회장은 “핼로윈 데이에 연례행사처럼 부인과 함께 사탕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성경 구절과 복음 성가곡 등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라며 “가장 세상적인 날에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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