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의 향수(鄕愁)

2019-10-23 (수) 07:43:08 김지영 / 일맥서숙 문우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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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 하지만
타향은 타향

이민생활 50년을 이곳에
뿌리 내려 살았건만
내 이름 문패도 없이
스텐 판에 22039 집코드
½에이커의 단독주택
넓은 들에 기화요초 가꾸며
사슴, 토끼,
날짐승 길짐승
평화롭게 드나드는 보금자리

그래도
나이테 굵어질수록
꿈에 푸는 내 고향 향수
실개천이 흐르는 돌다리 건너
낡은 초가집 위 박 넝쿨
돌담에 걸터앉은 누런 왕 호박
모닥불에 둘러앉아 도란거리며
날 감자 강냉이 구워먹으며
밤하늘 별을 세던 어린 시절
그곳이 진정 내 고향인 걸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란 말
옛 시인들의 향수를 달래는 거짓말

<김지영 / 일맥서숙 문우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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