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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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흐름에서 벗어나

2019-10-22 (화)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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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좋지 않은 한 노인이 오래 전 삶의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을 겪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육체와 정신이 노쇠해져가며 여기저기 무너져가는 노인에게는 고통이 더 심할 것이다. 몸의 고통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마음의 번뇌에서 벗어나 평화를 가질 수는 없을까?

삶에 큰 자극을 준 일에 대한 기억은 상황이 되면 다시 생각으로 떠오르게 되고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고 생각은 끝없이 이어지며 마음을 지배하고 우리의 삶은 고통을 겪는다. 그치고 싶은데 마음대로 그칠 수가 없다. 그 상태는 생각할 때마다 더 심해진다. 어떤 사람은 억울한 일을 겪고 분노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서 너무 괴로운데 그 상태를 멈출 수가 없다고 하였다.

생각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기능이지만 한편 많은 고통을 가져오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생각에 지배되면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생각을 멈추고 생각에서 벗어나 마음이 고요할 때에 사물을 바르게 보는 지혜가 생기고 마음을 가득 채우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명상(모든 정신적, 종교적 수행)에서 만날 수 있는 상태다.


명상의 근본적 원리의 하나는 ‘놓아버림’이다. 선禪에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고 한다. 놓아라 하는 것은 집착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노인이 어떤 일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집착 때문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 잊어버리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지 못하고) 붙들고 계속 생각하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고 있다. 누가 그렇게 하고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자기 중심의 나, ‘에고(ego)’다. 에고의 집착을 약화시키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명상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사실을 바로 보고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을 연습할 수 있다. 한 생각이 일어난다. 바로 알아차린다. 생각을 이어가지 않는다. 스스로 흘러가게 둔다. 이것이 놓아버리는 것이다. 다시 생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과거나 미래로 마음이 가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무르도록 노력한다. 다만 자신의 생각이 흐르고 감정이 흐르는 것을 알아차리되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가르침에서는 ‘용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노인의 경우에는 ‘용서’라는 것이 더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나라는 생각의 주체가 그 기억을 판단(분별)하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라면 그 비난을 그치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그것이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모든 것은 조건에 의해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흐름의 한 순간의 현상이며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용서의 바탕에는 이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행선사께서는 항상 말씀하셨다. “잘못하는 사람을 보면 몰랐을 때의 나라고 생각하라.” 나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조건에서 그 상황을 이해하고 용서하라는(놓아버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남을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하라고 한다. 용서는 모든 것을 어떤 조건 속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자연의 법칙으로 이해하고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과거나 미래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고 언제나 새로운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용서의 근본적 의미는 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고정관념으로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심을 놓아버렸을 때에 참 지혜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 지혜는 자비나 사랑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용서는 놓아버림이며, 사회의 화합과 세계의 평화를 가져오는 힘의 근원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며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한다.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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