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울다
2019-10-21 (월) 07:51:35
김행자 / 워싱턴 문인회
아직은 어스름 새벽
간신히 형체나 어림잡을라나
어둠속에서 어떤 물체가 살금거리나 싶더니
일 미터쯤 앞에서 후다닥!
나를 읽고 갓길 잡풀 속으로 숨어버렸다
순간, 나는 혼비백산
온 몸이 얼어붙어 가슴이 두 근반 세 근반
가까스로 심호흡하고 등 굽혀 운동화 끈도 조였겠다
라이방 썬그라스 끼고 가던 길 올라간다
요새 여시들이 부쩍 모실로 내려와 어슬렁거린다고, 누구는
먹이 찾아 온 거라고,
차고까지 들어와 실례를 헝게 문단속 잘하라고,
옆집 송이 엄마는 젖은 바지를 탁탁 털어 빨래 줄에 널며
한 줄 더 보탠다
‘낭구에 매달아 놓은 우리 집 새 모시그릇도 고것들이 날아와 묵다
잔디로 흘려부링게 솔찬하당게요‘ 한다.
“그랑게, 참빗자루로 싹싹 쓸어버려야제.
여시들이 식솔 데불고 안온다잔여”
‘워메, 시상에...’
그 사이 동천東天이 붉어지고
키 큰 상수리나무 우듬지에 수척한 낮달이 펄럭인다
그 어린 여시, 주린 배로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김행자 /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