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펌프업/ 사요셋고교 12학년 캐롤라인 이 양

2019-10-21 (월) 최희은 기자
크게 작게

▶ “신발 필요한 곳에 도움손길 보내요”

펌프업/ 사요셋고교 12학년 캐롤라인 이 양
구걸하는 소년 맨발 보고… 비영리재단 ‘솔리 포유’설립
헌·새신발 수집 신발박스 설치, 홈리스재단·남미등에 보내
사요셋고교 테니스팀 캡틴… 장래 제약 마케팅 분야진출 꿈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죠.”
신발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손길을 내미는 비영리 재단 ‘솔리 포유(Solely For You)’의 운영자는 한인 고교생 캐롤라인 이(한국명 이고은, 롱아일랜드 사요셋 고교 12학년) 양이다. 2017년 설립된 솔리 포유를 통해 롱아일랜드 홈리스 재단에 약 100켤레, 과테말라에 약 150켤레의 신발이 보내졌다. 신발은 글렌 코브의 로비 와그너테니스 코트, 플레인뷰의 C2 에듀케이션, 사요셋 고교, 그리고 플러싱의 고은 치과에 설치된 신발 박스를 통해 모여지고 있다. 네 곳의 박스를 통해 모인 신발은 지금까지 약 500켤레지만 여전히 신발은 모자라다.

이양은 “여성의 역할이 경제 활동이 아닌 가사와 육아로 한정된 지역에서는 신발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어린이들을 위한 운동화와 여성용 신발, 올 겨울을 나야 하는 홈리스들을 위해 따뜻한 신발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솔리 포유는 새신발과 헌신발 모두 수집하고 있다. 이양이 직접 수거와 세탁을 맡아 하는 1인 단체지만 이미 뉴욕주에 등록된 정식 재단이다. 재단 등록까지 1년여가 걸리는 서류 작업 등 설립 과정은 까다로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기획해왔기에 재단 설립을 포기하지 않았다.

펌프업/ 사요셋고교 12학년 캐롤라인 이 양

이양은 “4학년 때 도미니칸 공화국의 한 시장을 방문했는데, 구걸하는 소년이 맨발인데 반해 나는 새신을 신고 있었다. 너무나 대비되는 상황을 깨닫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후 사요셋 학군의 영재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비욘드’의 리서치를 위해 HIV가 창궐한 지역의 사진을 찾아 보던 중, 사진 속 맨발의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에 오랜 계획을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제약 마케팅 분야에 진출해 업계내 여성과 남성간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데 공헌하고 싶다는 이양은 학업과 솔리 포유 운영을 병행하는 지금처럼, 앞으로 사회인이 되어서도 세상의 약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양은 “전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다보면 각 나라들에 대한 문화와 경제에 대한 지식이 쌓일 것이고, 어느 나라에 무엇이 필요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욱 많은 나라에 신발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양은 사요셋의 지역 매체인 사요셋 제리코 트리뷴에 지난 9월 ‘이주의 선수’로 뽑혔다. 이양이 캡틴인 사요셋고 여자 테니스팀(Girls Varsity)은 과거 4강 문턱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파란을 일으키며 낫소 카운티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내셔널 메릿 스칼라십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2018년 스칼라틱 아트&라이팅 어워드(Scholastic Art&Writing Awards)에서는 사요셋 고교 사상 처음으로, 전국에서 응시한 35만명 중 1%내에게 주어지는 골드 메달을 받았다. 골드 메달 작품인 ’더 퍼펙트 샷(the Perfect Shot)‘은 한 남성이 어린이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스토리다. 이양은 고은 치과의 이진균 원장과 이세영씨의 2녀 중 장녀다.

<최희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