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19-10-19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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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랄알타이를 넘어서 한반도로 들어온 ‘천손’의 자손들. 인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한반도로 이어지는 해류를 타고 들어온 ‘알’의 자손들이 만나서 싸우고 결합하면서 삶의 터전을 만든 한반도. 그 안에서 살던 우리의 조상들은 수천 년을 나름 독자성을 가진 문명을 이루는 한편, 문물의 중심인 중원대륙의 나라들과 교류를 하고 5,0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이어 오며 세계사에서 손에 꼽히는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 살아오면서 한민족의 정체성이 형성 되었다. 그리고 때로는 중원대륙 세력들의 침략을 받았지만 결국 그들을 몰아냈고, 때로는 문물을 전해준 바다 건너 일본의 여러 차례 침략에 고통 받았고 한때는 그들의 식민지 통치의 고통을 받았지만 그것을 단시간에 극복하고 10대 경제대국으로 일어섰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로 부터의 광복은 또 다른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이 되고 분단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은 마침내 내전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희생과 고통의 대가를 치렀다. 여전히 분단의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엄청난 에너지를 같은 민족을 경계하는데 낭비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는 또한 한민족을 전 세계로 이주하게 하였다. 100년 전 그때는 일본의 수탈에 못이겨 떠났고,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서, 또 다른 세상에 살아가기 위한 진취적인 이주를 하였다.

한민족의 해외 이주는 100년이 지나면서 800만에 달한다. 그중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곳이 미국이다. 이민100년이라 하지만 실제 이민은 8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로 이루어졌고 근 200만 미주동포들이 미국에 살고 있다. 조국을 떠나온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미국에서 살아가는 처지는 다 똑같이 유색인종이고, 이민자고, 소수계라는 것이다. 천국이라 여겼던 미국에서 살다보니 소수계의 처지가 고달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사회는 다민족 연합사회이고 수많은 인종과 민족들 중 재미 한인들은 소수 중의 소수다. 1세대는 하루 하루 살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살았는데 2세대들이 직면한 상황은 또 다른 것이었다. 특히 미국식 교육의 절대적 영향아래 성장한 2세들은 한인 정체성 보다는 미국 교육과 문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살고 있다.


이민 1세대가 이제 무대에서 물러나고 있고 2세대가 본격적으로 무대로 올라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미주 한인들이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할 것 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인 정체성을 강화해서 한인 커뮤니티를 강하게 형성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미국사회 곳곳으로 스며들어가서 개별적으로 살 것 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1세대들이 모여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생활하는 것은 사실 혼자서는 미국사회에 적응해서 사는 것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커뮤니티(한인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식 교육을 받은 2세들은 어디를 가든지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한인 커뮤니티가 중요한지, 그래서 이것을 2세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2세대들에겐 커뮤니티가 필요성이 없으니 1세대로서 끝낼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2세들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한인 정체성 교육에 더욱 힘쓰고 그들이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인재들을 확보하고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돈이 있으면 돈으로, 지혜가 있으면 지혜로, 또는 행동으로 커뮤니티 발전과 강화를 위한 공공활동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커뮤니티 모든 구성원들이 유권자 등록과 선거 참여 노력을 중단 없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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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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