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지만 탁월하게

2019-10-19 (토)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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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탁월하게.”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 레스토랑 엘불리(Ell Bulli)의 수석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의 좌우명이다. 엘불리 식당은 하루에 단 50명만 예약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 50명의 손님을 위해 일하는 요리사는 45명이다. 한 명의 고객 당 한 명의 요리사가 배당되는 셈이다. 엘불리 식당은 일 년 중 6개월은 문을 닫는다. 쉬는 것이 아니다. 새 메뉴를 만들어 내기위한 연구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레스토랑 문을 다시 열 때, 새 메뉴를 접한 고객은 무한 감동한다.“
- 장 폴 주아리의 ‘엘불리의 철학자’ 중에서

- 아드리아의 음식은 다만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드리아의 음식 안에는 미학적, 철학적 의미와 성찰이 깃들어 있다. 그에게 요리는 하나의 예술이다. 아드리아가 만든 음식은 예술로서 매번 새롭다. 때론 폴 세잔의 그림을 대하는 것 같고, 때론 고흐 혹은 피카소를 만난 것 같다. 그만큼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다.

매년 250만 명 정도가 엘불리의 식사 예약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중 8,000명 정도만 식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늘을 찌를 만큼 인기가 있지만 이 식당의 음식 가격은 변동이 없다. ‘작지만 탁월하게’의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 엘불리의 철학이다.


아드리아 말고도 ‘작지만 탁월하게’의 원리를 지켜낸 장인이 있다. 바이올린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를 만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다. 스트라디바리는 55년의 제작기간 동안 총 1,116개의 현악기를 만들었다. 일 년에 평균 17개 정도 제작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명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우수한 재료. 둘째, 섬세한 손길. 셋째, 긴 제작 과정, 넷째, 본질에 집중하는 투신의 힘, 다섯 째, 작지만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바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멈춤의 시간에 우리는 더 깨닫고 숙련하고 배운다. 아브라함 링컨은 말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데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도끼를 가는 일에 처음 네 시간을 쓸 것이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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