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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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류가 부활하는 코스미안 시대

2019-10-19 (토)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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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간된 ‘남성의 종말과 여성의 천지개벽 (The End of Men: And the Rise of Women)’이란 책이 오늘의 시대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지성 월간지 ‘애트랜틱(The Atlantic)’의 칼럼니스트인 한나 로진이 쓴 이 책은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성(Femine Mystique)’이나 시몬 드 보봐르의 ‘제 2의 성(The Second Sex)’ 그리고 나오미 울프의 ‘미의 신화(Beauty Myth)’를 무색케 할 역사적인 저서로 지금까지 수천 년 지속되어온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권력이동의 맥을 짚어 부계사회가 끝나고 모계사회가 도래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쉬레인 박사는 그의 첫 저서 ‘예술과 물리학(Art & physics: Parallel Visions in Space, Time & Light)’에서 예술이 언제나 과학에 앞선다며 피카소 같은 예술가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실마리를 풀어주었음을 그 한 예로 든다. 그 다음으로 쓴 그의 두 번째 저서 ‘알파벳 대 여신(The Alphabet Versus the Goddess: The Conflict Between Word and Image)’에서 저자는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둘러보라. 무엇이 제일 큰 문제인지 곧 알게 된다. 그것은 곧 배타적인 종교의 폐쇄성이란 것을. 하나님의 말씀이 한 권의 책 속에 일자일획의 오류도 없이 기록되었다고 사람들이 굳게 믿게 되자 인간은 이 ‘말씀’ 때문에 서로 죽이기 시작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인류는 본래 여성을 여신으로 경배해 왔다. 그러나 한 뿌리에서 생긴 고대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나타나 ‘여신이란 없다’고 선언하자 문화가 부계사회로 바뀌면서 공격적이 되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 때문에 ‘사랑’을 빙자한 살육지변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문자가 서구문화에 끼친 엄청난 해독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그 해독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절망하고 비탄만 할 일이 아니며 희망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최근에 와서 TV와 예술, 그림, 화상, 영상, 조각상 등 이미지의 폭발적인 파급으로 추방됐던 여신이 돌아오고 시각적으로 구전적으로 인류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

지난 20세기의 대표적인 중국 문필가 임어당(1895-1976)이 지적했듯이 서양문명이 남성적이고 동양문화가 여성적이라면 평화와 사랑의 화합작용으로 생명을 만드는 동양의 음기가 전쟁과 폭력의 파괴행위로 목숨을 앗아가는 서양의 양기를 다스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유치하고 상스러운 남성인류(mankind)가 어서 사라지고 성숙하고 자비롭고 고상하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여성인류(womankind)가 부활하는 코스미안 시대(The Cosmian Age)를 열어보리라.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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