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벨 평화상

2019-10-16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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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오지의 봉사활동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슈바이처 박사, 그는 프랑스와 독일접경 지역에서 태어나 1차 세계대전을 전후 국적을 4번이나 바꾸면서 적도 아프리카를 오가면서 배운 의술을 통해 병들어 고통받는 흑인들을 돌보며 여생을 보내다 현지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당시 유럽은 아프리카를 식민지 삼아 그곳에 흑인 원주민을 저급한 인간, 낙후된 인종으로 멸시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빈곤하고 열악한 흑인돌보기에 헌신을 다해 ‘세계의 위인’ ‘원시림의 성자’ 라는 칭호를 받으며 노벨평화상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이때 받은 수상금도 오지의 병원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기꺼이 내놓았다.

그의 자서전 ‘나의 생애와 사상’에 따르면 “만일 인간이 생명의 신비에 대해 참으로 깊이 생각한다면 자신의 생명과 그 주위의 모든 생명에 경외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명에 존귀함을 알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인간의 한 생명 한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다.


경제, 물리, 문학 등 각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모든 부문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모두가 다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생명과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해서 받는 평화상은 더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된다.

이 세상의 모든 평화는 기본이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고 나라끼리 서로 대적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르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평화상의 100번째 수상자가 된 것은 그래서 더 빛나 보인다. 그는 취임후 전후 20년간 분쟁을 벌여온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주도, 양국간의 종전선언으로 유혈분쟁을 종식시켜 마침내 평화를 가져왔다. “이번 수상은 모든 에티오피아인인들의 승리다. 희망의 새 지평선을 만들자.”고 밝힌 알리 총리의 소감대로 이제 이들 두 나라 간에는 분쟁은 물론, 양국간에 피 흘릴 일도 없고 오로지 평화만 있을 뿐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향후 한반도에도 평화를 가져올 인물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70년간 적대관계로 이어오고 있는 한민족이 모두 하나 되어 평화롭게 잘 살수 있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남한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민주주의와 인권회복 명목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긴 받았다. 그러나 남한은 여전히 불협화음으로 시끄럽고 하다못해 북한의 인권도 향상되는 기미가 안 보인다. 남북한 민족이 서로 적대관계를 풀지 못하고 계속 대치상태에 있다. 남북간의 화해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인물은 과연 없을까.

독일 태생으로 스위스와 미국에서 활동한 이론 물리학자로 상대성 이론을 정립해 현대물리학 형성에 지대한 공을 세워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알베르토 아인슈타인 박사. 그는 과학적 탐구의 기반구축 뿐 아니라 원자폭탄 등 대량 살상무기의 반대운동에 참여,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 활동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런트 러셀과 같이 ‘러셀·아인슈타인 평화선언’까지 할 정도로 그는 세계 평화 정착에 앞장섰다. 그의 활동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투하가 초래한 비극의 참담함을 목격하면서 더욱 강렬해졌다고 한다. 그의 평화주의는 온갖 종류의 잔인성과 증오심에 대한 심리적 반감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한반도 북쪽에는 동족의 인권이 여전히 지도자 김정은의 폭정 아래 사각지대에 있고, 그가 계속 개발하는 핵 미사일이 남한 동족은 물론 세계평화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를 종식시키려면 능력있는 평화주의자가 적극 나설 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냉전을 마감시킬 평화의 사도는 누구일까. 알리 총리나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이 그립기만 하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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