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 작가 글에 ‘구두’라는 작품이 있다.
먼 옛날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엔 구두를 한번 사면 몇 번을 수선을 해서 신고 다녔다.
구두 징을 박아 신고 난 후 벌어지는 일이 흥미롭다. 징을 박으면 ‘또그닥’ 소리가 한적한 길에서는 더 크게 들린다.
“같은 방향의 길을 가는데 어느 여자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여자는 겁에 질려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상황이 된다. 본의 아니게 구두소리로 인하여 나쁜 사람이 된듯한 순간이 된다. ‘그렇다고 여자더러 내 구두소리는 자연(自然)이요, 인위(人爲)가 아니니 안심하라 일러 줄 수도 없고 해서 더욱 더 걸음을 재촉한 것이 오히려 더 위협이 되었다. 여자를 대하면 구두소리에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가져야 점잖다는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그 후에 구두 징을 뽑아 버렸다는 이야기, ‘살아가노라면 별(別)한 데다가 신경을 써 가며 살아야 되는 것이 사람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 시절 생활이 풍족하지 않았던 때 신발로 인해 벌어진 오해를 작가는 잘 표현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많은 아이들은 다 닳아진 검정 고무신을 신고 발가락이 비집어져 나오는 것도 다반사였다. 운동화도 귀했던 때였다. 지금은 모든 물건이 넘쳐 닳아서 못 신는 것이 아니라 싫증이나 새것을 구입한다. 운동화의 종류도 다양하다.
운동화 수집을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본다. 지인 중에 어릴 때부터 신발에 유독 관심을 갖더니 성인이 된 지금은 운동화를 모은다. 새 디자인이 나오면 열심히 구입한다고 한다. 심지어 운동화가 몇 천불 짜리도 있다.
드디어는 한국의 밤 야경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디자인의 운동화가 출시되었다. 대한민국의 야경이 신발에까지 등장했다. 그 신발 박스 안에는 한국어로 이렇게 되어있다.
“서울의 화려한 야경에서 영감을 받은 네온 서울입니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조국이 자랑스럽다. 한국이란 나라를 신발 속에서도 생각하게 할 수 있으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을 더 알리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서울의 밤 야경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
신발은 누구나 신어야 하고 또한 발이 편안해야 걸음을 잘 걸으며 몸의 흐름도 좋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불편하고 발에 물집이 생기며 혹이 돋아난다.
발은 우리 인체 중에서 제 2의 심장이라고 불리니 아주 중요한 곳임에 틀림없다. 큰 신발을 신게 되면 커서 벗겨져 신을 수 없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맞지 않는 큰 것을 욕심내면 화를 불러온다.
마음을 비우고 겸허함으로 살도록 노력하자. 10월의 가을하늘처럼 맑은 기운이 넘쳐 삶이 투명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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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 포토맥 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