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2019-10-07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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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신학자 핸리 뉴원(Henry Neuwen) 박사가 하버드 대학을 사임하고 신체장애자 시설인 데이브레이크(Day Break)의 평직원으로 갔다는 소식에 전세계 학계가 충격을 받았다. 명문 하버드의 많은 보수와 명예를 버리고 신체장애자들의 행동 교정과 세수하고 옷입히는 등 구질구질한 일에 왜 종사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뉴원 교수는 대답을 대신하여 책 한 권을 써서 내놓았다. ‘예수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Jesus)란 책이다. 뉴원 박사는 “예수를 정말 아는 길이 무엇이며 예수를 통하여 제시된 길이 무엇인가?”하고 질문을 던진 후 “내 인생의 내리막길을 잘 살아야 한다.”고 답하였다.

예수가 보인 종의 모습, 곧 복음의 진리는 내리막길에서만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원 박사는 그 동안 자기는 올라가는 길만 추구해 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신동(神童)이라 불렸고, 하버드 교수가 되었으며, 그가 쓴 20여권의 책들이 모두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그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수 없이 많았다. 문자 그대로 그는 세게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뉴원 박사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나는 작은 성공의 외로운 꼭대기를 향하여 오르막길만 추구해 왔다. 그러던 어느날 신체장애자인 하남 군 곁에 앉았을 때 나는 이런 불우한 인간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길로 만이 예수와 연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르막길에서는 예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센추리’지에 소개된 고에츠(Ronald Goetz) 박사의 글이다. “현대는 반(反) 겸손의 시대이다.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한 마르크스가 그랬고, 대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그랬으며, 철학자 니체가 그랬듯이 겸손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가르쳐 왔다. 특히 현대 미국은 뚜렸하게 그런 방향으로 젊은이들을 몰고간다. 겸손은 기독교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만일 기독교인에게서 겸손을 빼버리면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프고 못된 집단이 될 것이다. 타협도 없고, 협상도 모르고,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겸손을 잃으면 크리스찬의 생명도 없어진다.”

새는 본래 나는 동물인데 날지 못하는 새도 있다. 이런 새가 가장 많은 곳이 뉴질랜드라고 한다. 뉴질랜드에 사는 펭귄과 키위는 날지 못한다. 그들은 걸어만 다녀도 먹이가 충분하기 때문에 날 필요가 없다. 또한 어디로 옮기지 않아도 기후가 좋아 날아다닐 필요도 없다. 이렇게 오래 살다 보니까 진화과정에서 날개가 점점 작아져 퇴화된 것이다.

사람은 일이 잘 될 때보다도 일이 잘 안 될 때, 성공적일 때 보다도 내리막길에서 잘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겸손해야 하고 신체적으로 잘 참아야 한다. 성경에는 평탄하게 살다가 죽은 사람의 이야기가 단 한 건도 없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내리막길에서 믿음과 소망으로 상향(上向) 코스로 전환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비결 다섯 가지를 성경은 제시하고 있다. 첫째, 어떤 일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믿는 자의 고통을 통하여 탄생하였다. 둘째, 해결의 길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긴 세월이 소요되었다. 셋째 믿는 자들도 피해(damage)를 많이 보는데 인내심이 부족할수록 손실이 더 크다. 넷째, 도망치면 결과는 더 악화된다. 다섯째, 언제나 믿음의 모험을 요구하고 있다.

해결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문제 속에 내리막길에 있다. 기쁨은 슬픔 속에 숨어있고, 환희는 눈물 속에 깃들여 있다. 파랑새는 언제나 멀리 있지 않고 자기의 집안에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 수고 속에 수확이 약속되어 있고, 고통 속에 희망이 약속되어 있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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