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우리는 새 가족을 맞이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끊임없이 강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고, 나는 그때마다 안된다고 맞섰다. 아이들 넷 키우는 것도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애완견을 키워본 적이 너무나 옛날이라 두려웠던 것도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다 치우고 챙기겠다고 했지만 나중엔 모두 엄마의 일이 된다는 주위의 이야기에 내 마음도 꽁꽁 닫혔다.
그러다가 1년 전부터 남편의 꾸준한 밑작업을 통해 서서히 내 마음도 바뀌었다. 남편과 함께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반려견이 얼마나 귀엽고, 유기견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그들을 구했을 때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다. 이후 몇 달 동안 동네 유기견센터를 주기적으로 다니고, 동네 페어 그라운드(Fair Ground)에 유기견을 찾아보곤 했지만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남편과 아이들은 오랫동안 반대하다 마음을 바꾼 내가 다시 변심할까봐 초조해 했다.
그러던 지난 주말 동네 어느 쉘터에서 인연을 만났다. 평상시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나는 강아지를 찾았다는 소식에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첫 대면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주인과의 이별 때문인지 분리불안이 있는 낯설은 강아지가 떨고 있는 모습이 되려 안타까웠다. 이제부터 우리 식구라고 생각하니 자꾸 쓰다듬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게 된다. 그렇게 강아지를 만지기 싫어하던 내 모습은 어디로 갔나…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구나 싶었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이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자마자 목욕도 시키고, 먹을 것도 챙겨주고, 산책은 어떻게 할지, 누가 밥을 챙겨줄지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니 강아지를 식구로 맞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증세를 보이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한 첫날밤을 보낸 우리 다섯째 에더.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아이들 방 앞에 다니며 문 열고 인사하는 모습이 귀엽다. 나 한사람이 마음을 바꾸니 온가족이 행복해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그동안 왜 안된다고만 했을까, 후회도 들고 미안함도 밀려온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빈 집에 에더와 나 둘만 남았다. 처음으로 눈을 마주보며 교감을 나눠본다.
“우리 식구로 온 걸 환영해,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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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옥(재정전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