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나다 속 이국

2019-10-01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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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월의 문턱이다. 낮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찾던 때가 불과 며칠 전. 어느새 밤에는 이불 속으로 찾아 들고 있다. 절기의 변화속도 만큼 사람들 마음도 빨리 변하는 것 같다. 무더웠던 여름 기억을 지우고 기분전환을 하는 데는 자연을 벗삼는 게 제일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 하늘이 높다. 한밤중 잠결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가을의 향취가 후각을 훑는다. 며칠 사이에 가슴이 시원하게 하늘이 점점 높아만 간다. 하늘. 하늘은 참 신비함 그 자체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먹먹할 때 하늘을 바라보면 잠시라도 시원해진다. 막힌 무언가가 뻥뚫리는 듯 하다. 마음 씀씀이가 넓어지는 것같다. 가을 하늘. 그 하늘이 우리의 가슴에 추억을 심어준다. 새로운 이야기도 담아준다. 가을. 가을엔 가을의 색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초록을 넘어 빨강, 노랑 그리고 갈색까지. 그처럼 다양한 색깔로 채색되어 가는 나무의 모습과 파란 하늘이그렇다. 그런 색을 보면 세월이 흐르는 느낌을 잠시 늦출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은 하늘로부터 땅까지 내려오는 가을의 기운을 몸에 가득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하늘. 온통 울긋불긋하게 옷을 갈아입는 산과 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된 게 반갑기만 하다.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을 때 자연만큼 좋은 여행지는 없다. 그런 이유로 며칠 전 ‘단풍의 바다’로 불리는 캐나다를 찾았다.


뉴욕에서 새벽 5시에 자동차를 타고 6시간 만에 캐나다 국경을 넘어 도착한 곳은 몬트리올. 최종 목적지는 ‘북미의 프랑스’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퀘벡시티를 가기 전에 그곳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어로 ‘몽레알’이라 불리는 몬트리올은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한 때(1844-1849년)는 캐나다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다. 남부 세인트로렌스강 어귀 몬트리올 섬에 위치한다. 프랑스계 레스토랑과 극장이 즐비해 있었다. 북아메리카의 파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나기가 내리는 이유로 길거리를 걷지 못하고 자동차로 돌아 다녀야 했다. 몬트리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세월을 품은 고풍스러운 외관은 볼 수 있었지만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화려한 내부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 몬트리올 성요셉 성당, 샤토 람제이 박물관, 몬트리올 현대미술관 등을 스치듯 지나며 몬트리올을 나섰다.

지상에서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퀘벡시티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께. 몬트리올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남짓 걸렸다. 호텔에 짐을 풀고 도시여행에 나섰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올드 퀘벡 최고 명소인 샤토 프롱트낙. 청동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중세 프랑스 풍의 호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수상이 회담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라서 그런지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한국 단체관광객들도 만날 수 있었다. 호텔 옆으로는 나무로 만든 넓은 테라스가 있다. 그곳에서는 세인트로렌스 강과 로어타운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주변은 유럽풍 아름다운 도시와 단풍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가을 풍경을 선사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시가지 곳곳에서 프랑스의 옛 정취를 맛 볼 수 있었다. 북미에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노트르담 성당, 폭포 소리까지 예술처럼 느껴지는 몽모렌시 폭포, 사랑스러운 프티 샹플랭 거리 등도 둘러 보았다. 높은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360도 회전하는 식당에서 1시간 30분 정도 퀘벡시티 전경을 둘러본 후 뉴욕으로 차를 몰았다.

돌아오는 길에 떠올린 퀘벡은 단풍이 절정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프랑스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이 도시는 그야말로 ‘캐나다 속 이국’이라 할 만했다. 1박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도시의 눈부신 풍광과 다양한 문화, 그 안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젠 가을색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단풍여행을 떠나보자.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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