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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

2019-09-26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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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당백 불자 100여명 21일 즐거운 나들이

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

일곱보살 음성공양

햇볕은 쨍쨍했다. 바람은 선선했다. 21일 토요일 산타클라라 센트럴 팍, 덜 가신 여름과 성큼 온 가을이 밀당하는 그곳에 일당백 불자들 100여명이 모였다. 모여서 안부를 나누고 불심을 다졌다.

오전 11시15분, 북가주 불자야유회 제1부 야외법요식이 시작됐다. 설두 스님 목탁에 맞춰 연단의 스님들과 등나무 그늘 아래 일백여 불자들은 삼귀의에 이어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나란히 내걸린 태극기, 성조기, 관세음보살 걸개그림 등이 소릿결에 바람결에 한들거렸다.

진월 스님은 격려사에서 “모처럼 베이지역 불자들이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연 뒤 “불교의 중심은 뭐니 해도 무상”이라며 “계정혜 삼학과 신구의 삼업을 잊지 말고 불자답게 올바르게 살 것”을 당부했다. “마침 오늘이 세계평화의날”이라는 스님의 제안으로 모두들 선 채로 1분간 입정(묵념)에 들었다.


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

그늘아래 사불삼매



법문은 대승사의 본사인 해남 대흥사 조실 보선 큰스님이 맡았다. “이렇게 멀리 와서 부처님 제자들을 만나니 너무 좋다”고 운을 뗀 스님은 “모여 살게 되면 제일 필요한 것이 화합”이라며 이웃을 따스하게 대하는 화(和)와 나를 낮추고 남을 공경하는 경(敬)을 삶으로 삼아 항상 평화롭고 안락하기를 발원했다. 큰스님은 이날 행사 때문에 미뤄온 텍사스 보스턴 등지 순방을 위해 법문 직후 법은 스님과 함께 공항으로 떠났다.

자비행 보월화 평등성 청정해 보살 등 북가주 한인 불교마을 대소사에 앞장서는 한편 보배로운 음성공양을 해온 연화합창단 일곱보살이 국악반주에 맞춰 ‘찬미의 나라’와 ‘바람 부는 산사’를 선사, 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에 감칠맛을 더했다.

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

손맛정맛 점심공양

다함께 사홍서원과 사불의식. 테이블에 두런두런 혹은 그루터기에 나란히 앉은 불자들이 사불 삼매경에 빠졌다. 미술전공을 살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담해 보살은 찬불가와 불교적 가요를 직접 선곡해 사불하는 동안 들려주기도 했다. 설두 스님이 뽑은 입상자들에게 단주, 티포트, 금강경, 법화, 몽산법어집, 장식보 등 다양한 상품이 주어졌다. 특히 NASA에 근무하는 신선호 법우(자비행 보살의 맏아들)는 우주인 아이스크림을, 평등성 보살은 손수 글 쓰고 그림 그린 아기자기 조약돌을 상품으로 보시했다.

이어서 점심공양. 나물과 샐러드, 도토리묵과 부침개, 흰쌀밥과 잡곡밥 등 손끝맛 정성맛 가득한 점심을 들며 참가자들은 못다한 얘기꽃을 피웠다.

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

스님들의 경건예불

신명한판 제2부는 오후 1시20분쯤부터 두시간 가까이 조명희 보살이 지도한 다육이 화분 만들기, 설두 스님이 준비한 불교퀴즈, 서성호 거사-반야행 보살 부부가 리드한 라인댄스, 자비행 보살-이상운 거사가 진행한 땡볕 줄다리기 등 순서로 진행됐다. 운월 스님은 보살들 어깨너머로 다육이 화분 만드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열흘간의 북가주 방문일정을 소화한 대석 스님은 이날 밤으로 예정된 한국행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광전 스님과 함께 2부 도중에 떠났다.

오후 3시 넘어 마무리에 앞서 야유회의 기획 준비 진행 등을 총괄하고 이날 행사에서도 손수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을 누비며 주요장면을 촬영하는 등 일인다역을 소화한 광명화(김준자) 보살에게 감사박수가 쏟아졌다. 준비팀과 도우미팀 모두에게도 유언무언 찬사가 이어졌다. 3시15분, 진월 스님 선창으로 다함께 산회가를 불렀다. 근 10년만의 북가주 불자 연합행사는 그렇게 끝났다. 하나둘 발길을 돌렸다, 산회가에 담긴 대로 멀지 않아 이런 날이 다시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자 지면에 싣지 못한 장면들과 뒷얘기들 중 일부는 10월 중 사진기사로 혹은 기획기사로 나누어 실을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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